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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테마 트래블로그

일본-중국-태국의 PC방 엿보기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1위. 밥은 굶어도 인터넷은 굶을 수 없다는 한국인이다. 해외여행 떠난 지 하루만 지나도 인터넷 금단증상에 시달리는 디지털 유목민들. 조금만 느려도 못참는 급한 성질 때문에 세상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빨라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에는 소형 노트북도 많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여행에서 인터넷에 대한 갈증은 많이 해결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는 PC방을 이용하게 되는데, 그럼 아시아 각국의 PC방은 어떻게 다를까?

 

 

일본의 PC방



세계 최첨단을 달리는 기술 강국 일본. 하지만 인터넷과 PC에 있어서 만큼은 예외인듯 하다. 우리나라는 코어2듀오니 산타로사니 메롬이니 하면서 최신 CPU가 아니면 잘 팔리지도 않는데 비해 일본은 아직까지 셀러론급 PC를 많이 사용한다. 더불어 인터넷 속도도 우리나라와 비교도 안되게 느린 것이 현실. 인터넷 속도 뿐만 아니라 개통속도도 느려서, 업체에 신청을 하자마자 하루도 안되서 인터넷을 깔아주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접수와 개통에 걸리는 시간이 근 2주나 된다고 한다.

일본의 PC방은 PC방만 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방을 겸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정액제나 야간 할인 요금도 있으며 컵라면이나 군것질거리도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매장의 수가 우리나라에 비하면 엄청 적은 편으로, 역 근처가 아니면 좀처럼 찾기 힘들다.




일본의 인터넷 문화가 이렇게 더딘 이유로는 그들의 게임문화를 들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이 대세를 이루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닌텐도나 소니 같은 거대 콘솔 게임기 메이커가 있으며, 온라인 게임보다는 가정에서 혼자 즐기는 콘솔 게임이 대세를 이룬다. 게다가 기본 인구가 1억을 넘기 때문에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업체처럼 수출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내수 소비만으로도 시장이 유지되기 때문에 콘솔 게임 시장은 아직까지도 건재한 편이다. 현재는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이 많이 진출해 온라인 PC게임 유저층이 많이 퍼져가고 있는 형편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야후같은 토종 포털사이트는 없고, 야후 재팬이 현재 압도적인 1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의 PC방




인구 15억의 중국. 인터넷 인구만 해도 우리나라 총 인구를 넘어선다. 개혁개방과 함께 중국의 인터넷 문화도 급속도로 발달했는데, 그로인해 우리나라와 같은 PC방도 많이 생겨났다. 중국의 PC방은 '왕빠(網巴)'라고 한다. 풀이하자면 '그물'이라는 뜻으로 'net'='그물'='網' 순으로 인터넷을 중국어로 번역해 놓은 것이다. 즉 인터넷을 즐기는 장소라는 뜻.



한류의 영향을 많이 받은 중국답게 중국의 PC방에는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폐인 문화도 유입되었는데, PC방에서 하루종일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리니지 폐인', '라그나로크 폐인'들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속도는 일본보다는 빠르지만 우리나라보다는 느린 편. 온라인 게임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즐기기에 크게 무리는 없는 편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아 한글 폰트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곳도 많다. 단, 중국에서 PC방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여권을 맡겨야하므로 숙소를 나설 때 여권을 꼭 챙겨가도록.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물론, 쑤저우 같은 중소 도시에도 PC방은 있으므로 여행할 때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태국의 PC방



주위에 있는 미얀마나 캄보디아 같은 나라와는 다르게, 태국은 동남아 국가 중에서 비교적 평화롭고 문명의 혜택을 많이 받는 나라다. 경제상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늘 관광객들로 들끓고 그들이 달러를 뿌리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많이 발달해 있다. 태국 역시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가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을 시발점으로 PC방이 늘어난 것과 같이, 태국은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의 유입과 함께 수많은 PC방이 생겼다. 우리나라나 일본과 취향이 비슷해서 라그나로크나 팡야 같은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이 특히 인기가 많다.


우리나라 PC방이 대부분 대규모로 운영되는 데 반해 태국의 PC방은 동네에 10대 내외의 PC를 들여놓고 장사를 한다. 일반 동네는 물론 카오산 같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 지역은 골목마다 PC방이 인터넷 갈증에 그다지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카오산 같은 지역에서는 주로 10분 단위 요금을 받는다. 태국 역시 한국인이 많이 찾는 나라라 한국어 폰트가 대부분 깔려 있어 메신저를 통한 채팅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일본의 PC방이 만화방을 겸한다면 태국의 PC방은 국제전화를 겸한다. 대부분의 PC방에는 PC는 물론 국제전화가 가능한 전화기를 준비해 놓아 일정 요금을 내고 집으로 전화를 걸 수 있다. 물론 요즘은 로밍폰이 많고, 또 통화료를 아끼느라 메신저를 많이 이용하지만 그래도 PC를 다룰 줄 모르는 부모님에게는 육성이 담긴 전화 한 통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 태국의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편이므로 그리 오래만 통화하지 않는다면 한번 걸어볼만 하다.

 

살아가면서 배우는 진리지만, 평소에는 우리가 얼마나 편리하게 생활하고 있는지 잘 깨닫지 못한다. 인터넷 문화가 특히 그렇다. 하지만 해외에 한번 나가보면 우리나라 인터넷이 얼마나 빠른지 실감할 수 있다. 창 하나 뜨는데 1초 기다리는 것도 답답해하는 사람이 10초 넘게 기다려야 된다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괜히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1위 국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외국에 나가면 절실히 깨달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