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래블로그/상해 트래블로그

중국황제가 즐겼다는 취미, 귀뚜라미 싸움을 직접보니


상하이 신천지에서 둥타이루쪽으로 내려가면 '만상화조어 시장'이라는 중국 재래시장이 나온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꽃, 새, 금붕어 등 애완동물과 화훼류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다.
이름에 벌써 '만상-만물상'이 붙으니 그 종류가 어찌 다채롭지 않겠는가? 순돌이 아빠의 만물상만큼이나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파는 이곳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명물이 한 가지 있다.




▶정식명칭은 만상화조어 교역시장(万商花鳥魚 交易市場)이다. 둥타이루에 가면 길가에 꽃이나 새 같은 애완동물을 진열해둔 가게가 많아 금방 찾을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은은하게 배어오는 새똥 냄새로 잠시 정신이 아찔해 온다. 새똥 냄새, 금붕어 비린내, 사료냄새 등등으로 인해 도저히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5분만 지나면 무감각해져 그런대로 견딜만 하다.




이곳에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애완동물을 파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귀뚜라미.
중국은 오랜 옛날부터 귀뚜라미를 애완용으로 기르기 시작했는데, 그 역사가 벌써 수천년에 이른다고 한다. '마지막 황제'라는 영화에서도 부의가 귀뚜라미를 기르던 장면이 나오는데, 황제까지 애완용으로 귀뚜라미를 길렀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귀뚜라미에 대한 애정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단순히 애완동물로만 귀뚜라미를 기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나 닭에게 싸움을 붙여 내기를 하듯 있듯 중국에도 귀뚜라미에게 싸움을 붙여 승부를 겨루는 내기 도박을 하곤한다. 원래는 궁녀들이 심심한 궁궐생활을 견디기 위해 재미삼아 귀뚜라미 싸움을 즐겼다는데, 현재는 그 전통(?)이 민간에 전파되어 일반인들이 돈을 걸고 즐기는 스포츠(?)가 되었다고.
이곳에는 그런 싸움 전문 귀뚜라미를 길러서 팔고 있다.





병 속에는 왕따시만한 귀뚜라미들이 들어있는데, 비싼 놈은 수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겨우 귀뚜라미 싸움붙여서 뭐하냐 싶지만, 한 게임당 수백만원의 배당금이 왔다갔다하는 거물급 경기도 열린다.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귀뚜라미 선수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손님. 멀찍이 빈정상한 듯한 주인아줌마 표정과 대비된다. 조그만 막대기로 통을 쳐서 귀뚜라미의 반응을 살피는 중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귀뚜라미 싸움을 안 볼 수는 없는 일. 시장 깊숙한 곳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 갔더니 막 귀뚜라미 싸움이 한 판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제대로 촬영하지는 못했지만 귀뚜라미 싸움의 진행을 한번 공개해 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솔직히 별로 박진감은 없었다. 왜 하나 싶었다 ㅡㅡ;;


귀뚜라미 덩치가 작아서일 수도 있지만 처음 지켜본 귀뚜라미 싸움은 그다지 박진감이 없었다. 격렬한 시합에서는 상대편 머리를 갉아먹는다던지 엄청 과격하다던데, 내가 본 귀뚜라미 싸움은 조그마한 녀석 둘이 붙어서 폴짝폴짝 뛰어다는 것이 다였다. 승부는 아쉽게 무승부였고 들러붙은 두 녀석을 떼어내느라 심판이 고생한 것으로 기억난다. 그라디우스에 나오는 검투사처럼 비장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그들에게도 생사가 걸린 일이기에 조금은 숙연해졌어야 했는데... 하는 미안함이 든다. 여튼 상해에 가면 한번쯤 구경해 볼 것을 권한다.


이 포스트가 유용하셨다면 토모군의 트래블로그를 구독하세요 ^^  ==> 



                                    다음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