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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테마 트래블로그

일본 사가현의 관광객 유치 노력, 우리도 배웠으면


그저께 귀한 편지를 한통 받았다. 발신지는 사가현 관광연맹 한국사무소. 얼마전 응모한 사가현 관광 홈페이지 평가에 고맙게도 2등에 당첨되어 1만원권 상품권 5장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이 이벤트를 알게 해 준 베쯔니님께도 감사드린다.

사가현 이외에도 일본에는 각 현별로 관광연맹이 조직되어 있어 JNTO(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의 지원 아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거리가 가까운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한글로 만든 홈페이지는 물론, 팜플렛, 쿠폰에 이르기까지 사용자의 입장을 배려한 홍보물을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번 사가현 관광 홈페이지도 그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상품권을 받은데 대한 보답 차원에서 사가현에 대한 소개를 해보기로 한다.

 

최근 오픈한 사가현 관광 홈페이지. 한국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사가현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홈페이지 주소 http://121.78.119.245/)



사가현은 어떤 곳인가?

사가현은 규슈 북북에 위치한 곳으로 후쿠오카현과 나가사키현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일본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위치상의 이점으로 인해 임진왜란 당시에는 조선출병의 전초기지로 쓰였으며, 전쟁 당시 우리나라의 수많은 도공들이 이곳으로 끌려와 일본의 도자기 문화를 발전시키게 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이삼평으로, 현재도 일본 도자기 문화의 시조로 받들어 모시고 있다. 또한 미인탕으로 유명한 우레시노 온천과 다케오 온천이 유명하며 일본 선사시대 유적인 요시노가리 유적이 있어 역사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명소가 산재해 있다.

다만 주변의 후쿠오카나 나가사키, 오이타현과 비교해 관광객이 흥미있어 할 만한 시설이 부족한 편이라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만큼 개발될 가능성도 많은 곳이며, 특히 한일해저터널 공사의 일본 기착지인 가라쓰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관광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가현이지만 한국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가현 관광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아래와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 도자기 문화로 유명하다.


사가현에 있는 가라쓰나 이마리, 아리타는 도자기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일본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조선시대에 끌려온 많은 도공들이 이곳에 정착했으며, 지금도 이삼평의 후손들이 집단을 이루고 살고 있다. 이곳에 도자기 마을이 형성되게 된 이유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들이 이주를 거부한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당시에 최신 기술이었던 도자기 제작법이 다른 곳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정부가 강제적으로 이주를 막은 것이 두번째 이유이다. 원래 조선인 도공들은 고령토를 재료로 도자기를 제작했는데, 처음에는 일본에서 고령토와 같은 좋은 흙을 구할 수 없어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다 이삼평이 사가현 이즈미야마에서 도자기를 만들기에 적합한 흙을 발견하게 되었고 지금도 이것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2. 일본 3대 미인탕, 우레시노 온천이 있다.

사가현을 대표하는 온천으로 일본에서도 역사가 깊기로 유명한 곳이다. 우레시노 온천이라는 이름에는 한 가지 전설이 있다. 옛날 진구(神功)황후가 전쟁에서 돌아가는 길에 이곳에 들렀는데, 지친 두루미가 온천에 날개를 담그고 나서 힘차게 날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부상당한 병사를 온천에 넣어보니 병사의 상처가 치유되었고, 이를 본 황후가 기뻐하며 "우레시이(기쁘다)" 라고 말했던 것이 우레시노 온천의 기원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류마티스나 신경통, 위장병에 효과가 있기로 유명하고, 온천에서 만든 온천탕 두부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산품이다.



3. 한반도와의 교류를 알 수 있는 유적이 많다.

사가에는 일본의 선사시대인 야요이시대의 유적인 요시노가리  역사 공원이 있다. 특히 한반도를 경유한 벼농사 문화를 받아들인 후 마을의 취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 수 있어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있다 할 수 있다. 이곳 요시노가리 유적은 중국의 삼국시대에 쓰여진 위지왜인전에 수록된 당시 일본의 취락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대륙과 떨어진 일본의 문화발전 속도가 얼마나 더뎠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사가현립 나고야성 박물관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으로 출병하는 군사가 집결했던 곳으로, 인구 20만 명이 넘는 마을이 생겼던 곳이다.(이름은 같지만 일본 본토에 있는 나고야와는 다르다.)  우리나라를 침략할 전초기지로 쓰였던 곳이라 좋은 인상이 남지는 않지만, 전쟁 후에는 이곳을 거점으로 한일간의 교류가 이루어졌다고 하니 한번쯤 눈여겨 볼 만한 곳이다.




4. 오징어 활어회와 온천탕 두부 등 사가현만의 먹을거리를 갖추고 있다.

오징어 활어회는 가리쓰시의 명물로, 주문하면 살아있는 오징어를 그물로 건져 재빠르게 조리해 내온다. 투명한 채로 접시에 올려진 오징어 활어회는 맛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아름다움마저 느껴질 정도. 회로 먹고 남은 부분은 튀김으로 즐길 수도 있다. 온천탕 두부는 우레시노 온천의 온천수를 사용한 탕두부로, 온천의 알칼리 성분이 작용하여 부드러운 맛을 낸다. 우레시노 온천을 피부 뿐만 아니라 몸 속으로 즐길 수 있는 일품요리로 우레시노 온천의 여관과 요리점에서 맛볼 수 있다.



이렇듯 사가는 역사와 관계된 유적이 많이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주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관광으로 즐길만한 거리는 많지 않지만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방문해봐도 좋은 곳이다. 지금은 조용한 곳이지만 만일 한일해저터널이 뚫린다면 사가를 거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단체도 관광 인프라 구축에 힘을 기울였으면...

최근 엔화의 강세와 함께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명동에 있는 모 백화점의 명품 매장은 일본인이 싹쓸이 해가고 있다니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내수진작에 그나마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쇼핑과 한류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관광 인프라는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관광공사 오지철 사장의 '자아비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그는 2월 24일 인터뷰에서 "최근 엔고로 일본인이 마구 들어와서 한국 관광 잘 된다고요? 아닙니다", "1970년에 작성한 관광백서에 나오는 한국 택시 문제가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없다" 며 외국인에 대한 수용 태도, 국제화지수 등 관광인프라면에서 바꿔야 할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일본이 관광선진국이 된 것은 일본 자체가 가진 매력 이외에도 외국인이 사용하기 편한 교통시스템, 사용자 위주의 홍보와 인프라를 들 수 있다. 그래서 외국인이 관광하기 가장 편한 나라로 일본이 꼽히고 있다. 지금 예를 든 사가현처럼 우리나라도 각 자치단체가 관광 인프라 구축에 노력을 기울여 5년 후, 10년 후에는 동북아 관광 거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