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래블로그/테마 트래블로그

빠다코코낫과 산도가 원래 이름으로 돌아간 까닭은?




빠다코코낫이라는 이름의 과자가 있다. 이름에서 오는 인상이 꽤나 원초적인데 그도 그럴 것이 '버터'와 '코코넛'을 일본식 발음 그대로 읽었기 때문이다. 산도 역시 마찬가지. 이것 역시 원래는 영어 '샌드'에서 온 말로, 일본식 표현이다. 언뜻 들으면 영어 같지 않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하나의 고유명사로 받아들인다.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의 일환으로 일본식 명칭을 우리말로 바꾸는 캠페인이 활발했던 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일제시대의 '황국신민'에서 비롯되었던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꾼 것을 들 수 있다.(물론 이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그 중 몇몇 일본식 과자 이름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빠다코코낫'과 '산도'가 그렇게 해서 원래의 영어 명칭인 '버터코코넛'과 '샌드'로 바뀌게 된다.

이 두 과자는 롯데와 크라운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오리온하면 초코파이를 생각하듯이 과자 자체가 회사를 대표하는 하나의 브랜드였다. 부모님 세대부터 이어온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장수식품이며 물가인상에 따라 가격만 바꼈을뿐 그 맛은 세대를 이어가며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역사가 오래된만큼 사람들에게 각인된 이미지도 선명해, 갑자기 바뀐 영어식 이름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혼란만 주고 말았다. '빠다코코낫'과 '산도'가 어느날 갑자기 '버터코코넛'과 '샌드'로 바뀌다니. 사람들은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름만 바꼈을 뿐인 똑같은 과자에 더 이상 손이 가지 않게 된다. 매출 격감에 놀란 두 회사는 고심 끝에 결국 원래의 이름으로 되돌려 놓았고, 사람들은 다시 친숙한 이름을 반가워하며 예전처럼 과자를 사먹게 되었다.

이는 아마 코카콜라의 '뉴코크' 사례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뉴코크는 팹시의 맹추격에 위협을 느낀 코카콜라가 소비자의 설문조사와 블라인드 테스트를 바탕으로 코카콜라의 맛을 바꿔 뉴코크라는 새로운 콜라를 출시한 것인데, 마케팅 역사상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새로운 맛보다는 친숙한 맛을 원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 사건이거니와 제품의 본질을 바꾸는 것은 아주아주 위험한 모험이라는 것을 일깨운 사건이기도 하다. 결국 '원래의 코카콜라 맛을 돌려달라'는 소비자의 항의 끝에 90일만에 뉴코크는 원래의 코카콜라로 돌아오고, 이후 다시는 코카콜라의 맛이 바뀌는 일은 없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소비자는 '친숙한 제품'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코카콜라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더 새롭고 더 맛있는 제품이 나오더라도 친숙한 것에 길들여진 소비자는 쉽게 자기가 선택하던 제품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 아무리 과자 이름에 일본의 잔재가 남아있다하더라도, 엉터리 발음의 영어 이름이라도 사람들은 30년 넘게 들어오던 과자 이름이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빠다코코낫과 산도의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덧붙여, 이런 '일본식 이름'을 가진 과자 이외에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과자는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아마 우리나라와 일본에 동시에 진출해 있는 제과업체 '롯데'의 영향일 수도 있고 혹은 일본에 있는 과자를 카피해서 출시한 우리나라 제과업체 때문일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던 빼빼로나 새우깡이 일본에도 '포키'와 '에비센'이란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이 일본여행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전해졌고, www.naokis.net으로 유명한 일본인 블로거 스즈키 나오키씨의 리뷰를 통해서도 알려졌다.

                            
          스즈키 나오키씨의 블로그 www.naokis.net 2004년 5월 13일자 포스트 '닮았으면서도 다른 것'

물론 노골적인 카피상품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사람들의 미각은 전세계를 통틀어 보편성을 갖는다는 면에서 너무 나쁘게만 보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지 않았다면 아무리 카피상품이라도 이만큼 인기를 누릴 수 없었으리라. 어떤 경로를 거쳤든지 간에 현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좋아하는 과자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굳이 카피상품이라는 논쟁은 지금에 와서는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잘못된 일본식 영어 발음을 그대로 과자 이름으로 쓰고 있다는 점에서 '빠다코코낫'과 '산도'는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30년 넘게 사랑받아온 이름을 지금에와서 바꾼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앞서 이야기한 실패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름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 주는 익숙함이란 것을 '빠다코코낫'과 '산도'를 통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