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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테마 트래블로그

일본에서는 왜 뷔페를 바이킹이라고 할까?

인기만화 '짱구는 못말려'를 보면 짱구네 가족이 뷔페에 가자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뷔페를 부패로 잘못 들은 짱구는 세균이 들끓는 썩어가는 모습을 연상하며 괴로워한다. 물론 우리나라 말로 뷔페를 부페라고도 하니 이 장면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짱구는 못말려가 일본 만화란 점을 감안할 때, 먼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뷔페를 부패로 잘못 알았다고 하더라도, 일본어 한자 발음 부패는 우리나라 말과 전혀 어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 짱구가 괴로워한 진짜 이유는 뭘까?



실제로 짱구가 잘못 알아 들은 것은 '바이킹'이라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뷔페를 바이킹이라고 하는데, 바이킹이라는 말이 バイキン(黴菌)(바이킹:세균) 즉 세균이라는 일본어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부패라는 한자어가 있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어떻게 번역했을지 번역사가 참 난감했을 것 같다.

일본에서는 뷔페를 바이킹이라고 한다. 원래 뷔페처럼 여러가지 음식을 늘어놓고 마음에 드는 요리를 골라먹는 습관은 북유럽의 해적이었던 바이킹의 연회 음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남유럽에 비하면 아직 야만인이었던 바이킹은 약탈해온 음식을 널판지에 아무렇게나 늘어놓고 마구 먹고 마셨는데, 훗날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에서 '스모르가스보드[Smorgasboard]'라고 불리게 된다. 이것이 프랑스로 전해져 '뷔페'라고 불리었으니, 지금 우리가 부르는 뷔페는 프랑스어인 셈이다.


[Smorgasboard]에서 smor란 빵과 버터를, gas는 닭이나 칠면조구이를, board는 영어의 board(널판지)를 의미한다고 하니 말하자면 온갖 요리를 널판지에 늘어놓고 먹는다는 원래의 바이킹의 의미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셈이다. 뷔페는 초청하는 사람이나 초청받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는 연회요리이기도 하다. 한상 가득차려놓으면 손님들이 알아서 가져다 먹으니 주인 입장에선 서빙하는 일손을 덜 수 있고, 손님 입장에서는 먹고 싶은 요리 위주로 먹을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합리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어느나라를 가나 호텔 조식은 뷔페식이다. 많은 손님을 치뤄내야 하는 호텔입장에서는 손님이 올 때마다 상을 차릴 수 없으니 이런 뷔페식이 참 마음에 드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똑같이 뷔페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뷔페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바이킹이라고 할까 하는 것이다.


           나가사키 컴포트 호텔에서 먹었던 호텔 조식. 이 간단한 식사 역시 바이킹이다.


억지로 추론해본다면 뷔페가 아무래도 프랑스어이고, 세계에서 가장 미식이 발달하고 격식을 차리는 나라가 프랑스이다 보니 아무래도 품위가 떨어지는 바이킹보다는 프랑스어인 뷔페를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싶다. 군자의 나라로 자부해온 우리나라에서 온갖 음식을 아무렇게나 늘어놓고 먹는 바이킹이라는 단어는 받아들이기 좀 꺼려지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프랑스에서 한 번 걸러들어온 단어를 쓰는 것이 체면이 좀 서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이런 곳을 '바이킹'이라고 부르면 살짝 이상하다.


그럼 일본의 경우는? 솔직히 일본에서 뷔페를 바이킹이라고 하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몽골의 양고기 전골을 일본에선 '징기스칸'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힌트를 얻자면, 요리에 그 나라 민족이나 지도자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일본의 호텔 조식은 대부분 '바이킹'으로 부르기 때문에 아침식사를 놓치지 않으려면 '뷔페'가 아닌 '바이킹'이라고 쓰인 팻말을 따라가야 한다는 점이다.


                                     홋카이도의 명물 징기스칸 나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