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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이야기

여행사 직원, 다른말로 감정노동자


어제 주말에 모 시사프로그램에서 '감정노동자'라는 주제를 다룬 것을 보고, 여행사에 일할 때가 떠올랐다.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텔레마케터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전화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여행사 OP와 별 차이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행사 업무는 90% 이상이 전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인터넷 예약이 활성화되고 회사측에서도 전화 상담 없이 100% 인터넷만으로 예약하는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직원업무를 줄이려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전화 상담 업무를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첫째로 사람들이 인간의 육성을 통한 상담에서 더욱 신뢰를 얻기 때문이고, 둘째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보다 전화를 통해 예약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더욱 간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으로도 여행사에서 전화 업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행사는 업무 특성상 예약에 변동이 생기는 경우도 많고, 항공이나 호텔 사정상 스케줄이 변경되거나 일정 인원 이상 모객이 안되 출발 자체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컴플레인 발생빈도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사 직원은 어떻게 보면 콜센터 직원과 비슷하다. 이런 모든 컴플레인을 전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고, 서비스직의 특성상 고객의 불만을 약자의 입장에서 고스란히 받아내야 한다.


                       저 미소 속에는 본 감정을 숨기고 억지 웃음을 지어야하는 애환이 숨어 있다.


총알받이. 자신은 고객의 스트레스를 무방비로 맞아야하는 총알받이 같다고 하는 직원이 많다. 인간인 이상 직원도 화가 나고 눈물도 흘리는 것이 자연스러울진데,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친절의 가면을 쓰고 일방적으로 당하다보니 여행사 직원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진짜 감정을 숨기고 겉치레 친절로만 대하다 보니 본인도 자신의 진짜 감정을 알지 못하고 혼란을 느끼기까지 한다.  

이런 경우도 있다. 하루에도 너무 많은 전화가 걸려오다 보니 전화가 울리면 자기 전화가 아니더라도 땡겨 받는 경우가 많다. 받고 보니 자기 담당이 아닌 다른 직원이 담당하는 상품을 예약한 손님이었다. 그렇지만 담당 직원은 자리를 비운 상태고, 고객의 컴플레인은 고스란히 전화 받은 직원에게 쏠리게 된다. 싫은 내색을 할 수도 없다. 고객 입장에서는 전화를 받은 직원이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고, 그러다 보니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컴플레인은 전화 받은 직원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즉 내 잘못이 아닌데도 무조건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싫어 퇴사하는 직원도 많다. 그러다보니 여행사의 이직율은 다른 서비스업종보다 높은편이다. 

감정노동자. 이것이 여행사직원을 대변하는 단어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고객을 유치하는 텔레마케터보다야 낫겠지만, 그래도 전화를 통해 상담하고 컴플레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콜센터 직원과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낮에는 본업무보다는 전화 상담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전화가 잦아드는 저녁 무렵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야근도 일상화된다.  


                                   흔히 생각하는 가이드는 대부분 프리랜서인 경우가 많다.


여행사 직원이라고 하면 대다수가 가이드를 생각하지만, 실제로 가이드는 회사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로 뛰는 경우가 많다. 여행사에 입사하면 OP업무라고 하는 내근 영업직을 맡는 경우가 80% 이상이다. 여행상품을 기획하거나 모객관리 등의 업무도 하지만 이는 부수적인 업무로, 대부분 하루 업무의 절반 이상이 이런 전화를 통한 상담업무를 맡게 된다. 그러니 여행사 입사를 지망한다면 우선 자신이 스트레스를 잘 감내할 수 있는 성격인지를 살피는 것이 좋다. 물론 해외출장 기회가 많다거나 하는 점은 좋지만 그것을 위해 감내해야할 것이 많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