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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일본 트래블로그

토토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거리 유후인


일본에 가면 지부리 스튜디오의 캐릭터 상품을 파는 돈구리노 모리라는 가게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돈구리노 모리도토리의 숲이라는 뜻으로, 아마 도토리를 좋아하는 토토로를 의식해 지은 이름인듯 하다. 타고 싶은 느낌이 마구드는 대형 고양이버스 인형을 비롯해 마녀배달부 키키, 금방이라도 연기를 풀풀 날리며 뛰어갈 것 같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 한결같이 지름신 영접을 재촉하는 욕심나는 물건들 뿐이다. 그렇지만 이 '도토리의 숲'의 왕은 역시 토토로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낭창한 표정에 배가 볼록하게 나온 토토로는 지부리 스튜디오 최고의 걸작 캐릭터다.

 


돈구리노 모리와 가장 어울릴 것 같은 도시는 내가 생각할 때 유후인이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앙증맞고, 거리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유후인은 규슈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여성들이 가장 가고싶어하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일본의 거리가 원래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지만 유후인의 거리는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그렇다고 딱히 특별한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유후인역에서 시작해 종착지인 긴린코까지 거리를 산책하는 것. 이것이 유후인을 즐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심심하기만 할 것 같은 거리 구경을 재미나게 해 주는 것이 거리마다 늘어선 테마숍이다. 강아지와 고양이 용품을 파는 가게, 꿀에 관련된 모든 물건을 파는 가게, 유리 공예품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 붕붕카처럼 예쁜 클래식카를 진열해 놓은 레트로 모터 뮤지엄 등 동화 속에만 존재할 것 같은 각종 테마숍이 눈을 즐겁게 한다. 물건을 사지 않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나기에 아이쇼핑을 즐기는 여성이나 예쁜 피사체를 찾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유후인 거리 초입에 있는 돈구리노 모리는 그래서 더욱 특별한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유후인의 배경처럼 조화를 이룬 도토리 숲은 수많은 테마숍 가운데 유후인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린다. 토토로가 사는 숲이 실제로 있다면 바로 유후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원래 유후인의 주인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자리잡고 있다. 나무로 만든 간판과 팻말이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였다면 이렇게까지 어울리진 않았으리라. 유후인 초입에 자리잡은 돈구리노 모리 유후인 지점은 커다란 토토로 인형 때문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5차례의 일본 여행 중에 유후인은 딱 2번 가보았을 뿐이지만 여유가 된다면 언제든 다시 들리고 싶은 곳이다. 많은 곳을 본다고 좋은 여행이 아니라 하나를 보더라도 기억에 남는 곳을 보는 것이 좋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유후인은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한 여유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치 토토로에 나왔던 시골풍경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규슈를 여행한다면 꼭 한번 유후인에 들를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