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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태국 트래블로그

태국은 어떻게 성전환자의 천국이 되었을까?


태국에 있는 제 3의 성, 레이디 보이(Lady-boy)

 

전 전세계의 갖가지 엽기적인 영상을 모아놓은 <쇼킹 아시아>라는 비디오에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성전환 수술하면 기이하고 괴기스러운 엽기로 분류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성전환 수술을 두고 더 이상 엽기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대신 선택이라고 할 뿐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성별이 있다. 남자와 여자. 하지만 태국에는 세 가지의 성별이 있다. 남자, 여자 그리고 레이디 보이. 레이디 보이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남자의 별칭으로 태국에서는 흔하게 쓰이는 단어로, 현지 언어로는 까터이라고 한다. 거리를 걸을 때 마주치는 여자 10명 중 한 명이 레이디 보이라는 태국. 태국에 트랜스 젠더가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그렇게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남자가 많은 것일까? 

 

 

여자로 사는 것이 먹고 사는데 더 도움이 된다



▶도시에 있는 많은 여성들이 유흥업에 종사한다.


태국은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관광을 제외하고는 자국에서 발전한 산업이 거의 전무한 형편이라 도시에 사는 대다수가 관광과 관련된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다. 서비스직은 특별한 기술이나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자도 쉽게 일할 수 있고, 어떤 면에서는 남자보다 여자가 일하기에 더 좋은 직종이다. 도시에서 남자에게 특화된 직업은 택시 기사 정도로, 오히려 먹고 사는 데는 여자가 더 유리하다고도 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병사의 휴양지로 각광 받으면서 발전하게 된 유흥업을 들 수 있다. 음성적인 문화이지만 태국이 유흥업이 발달한 나라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수술을 통해 여자로 다시 태어나 유흥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으며, 파타야의 알카자쇼처럼 트랜스젠더로만 구성된 공연단도 있어 성전환 수술을 받더라도 생업을 이어가는데도 크게 지장이 없다.

 


오랜 독립의 역사가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가지게 했다



▶트랜스젠더만으로 단원이 구성된 태국의 알카자쇼


이웃에 위치한 베트남이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의 영향을 받은 데 비해, 중국과 떨어져 있던 태국은 중국의 한자 문화권, 유교 문화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태국의 문화적인 독립성은 유래가 깊고, 아시아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서구 열강의 식민지로 떨어진 19세기에도 유일하게 독립을 지켜낸 나라가 태국이다. 그래서인지 태국인들은 가치관에 있어서도 자유분방하고, 형식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편이다. 명분을 따지고 체면을 차리는 유교 문화적 사고방식보다는, 내가 행복한 것이 우선이라는 자유로운 사고 방식이 대부분의 태국인들에게 충만해 있다. 태국 정부도 성전환 시술을 하는 병원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전환 수술을 받기 위해 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로 인한 관광수입을 반기는 눈치다. 개인은 물론 정부도 실리를 추구하는 셈이다.

 

 

중생을 구제하는 것보다는 나의 번뇌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먼저



▶태국은 개인의 깨달음을 우선시하는 소승불교의 나라다.


불교의 나라 태국.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는 나라인만큼 사회적인 인식이나 윤리적인 면에서 엄격하지 않을까? 그런데 어째서 트랜스 젠더에게 이렇게 관대한 것일까? 태국을 방문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갖는 물음이다. 태국이 불교의 나라인 것은 맞다. 하지만 태국에 전래된 불교는 개인을 중시하는 소승불교로, 한중일 3국에 전파된 대승불교와는 차이가 있다. 대중을 구제해야 한다는 대승불교가 이타적인데 비해, 개인의 깨달음을 강조한 소승불교는 가 중시된다. 이것이 점차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상으로 발전했고, 그러다 보니 사회적인 시선이나 윤리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권장하는 편이다.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수술을 통해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 개인의 번뇌가 수술을 통해 현세에서 구제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타고난 성별을 섹스
(Sex)라 하고, 사회적인 성별을 젠더(Gender)라고 한다. 젠더는 남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 성역할론의 다른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섹스와 젠더가 일치하지만 불행하게도 몇몇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 간극 사이에서 방황하던 사람들은 의학의 힘을 빌어 새롭게 태어나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들을 트랜스 젠더라고 부른다. ‘남이 보는 나다운 것’이 아니라, ‘내가 만족하는 나다운 것’을 선택한 사람들. 트랜스 젠더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느 쪽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어느 쪽이 옳으냐는 가치판단 대신 본인 스스로에게 한번 질문을 던져보자.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나 자신인가, 아니면 나를 보는 남의 시선인가? 한국인은 아직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블로그 재개 이후 간만의 붐업이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