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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야기

개편된 오픈캐스트, 결국 에디터의 역할을 인정한 셈?

오늘 네이버에서 오픈캐스트 개편에 대한 메일을 받았다. 총 5가지 내용을 개편했다고 하는데, 대부분 소소한 변화라서 크게 주목할 점은 없으나 단 하나, 베스트No. 를 신설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네이버의 설명을 옮겨보자.


 

베스트 No. 신설

오픈캐스트에서 발행된 캐스트보드 중 많은 회원들이 주목할 만한 양질의 No.를 에디터가 매일 선별, 소개함으로써 좋은 캐스트를 더욱 쉽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베스트 No.는 하루에 한번 업데이트 되며 선정된 10~30개 정도의 캐스트보드가 하루(24시간) 동안 네이버 메인에 랜덤하게 노출됩니다. 베스트 No. 를  클릭할 경우 해당 캐스트홈의 캐스트보드로 이동합니다. (베스트 No. 전체를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는 추후 오픈 예정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결국 다음 View처럼 메인에 노출되는 기사를 네이버 에디터가 직접 선별해서 노출시키겠다는 말이다.

 

그간 오픈캐스트는 오픈캐스트 메인화면에 들어가 직접 구독할 캐스트를 등록하고, 네이버 메인화면에서 자기가 선택한 캐스트를 받아보는 식이었다. 철저히 이용자의 자율성에 맡긴 네이버의 오픈캐스트 전략은 비록 참신했지만,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 ‘귀차니즘’을 말이다.

 



다른 소소한 변화보다도 베스트No. 신설이 눈에 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귀차니스트’ 들이다

오픈캐스트는 발행할 때나 구독할 때나 어느 정도의 수고가 든다. 우선 캐스트를 만들 때의 문제. 일일이 주소를 긁고, 거기에다 제목을 붙이고, 좀 돋보이게 하고 싶으면 사진도 넣고… 하나의 캐스트를 발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에서 많게는 1시간이 넘을 수도 있다. 그리고 구독하는 사람 또한,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일일이 오픈캐스트라는 망망대해에서 자신이 원하는 캐스트를 찾기 원하지 않는다. 메인 페이지에 뜬 기사라도 볼까 말까한 세상에 그런 귀찮음을 감수하고 과연 캐스트를 검색할까?

 



오픈캐스트의 망망대해에서 원하는 컨텐츠를 찾기는 쉽지 않다.



결국 수동 에디터는 필요하다

네이버가 오픈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누구나 컨텐츠의 생산자가 될 수 있고 수요자가 될 수 있는 그런 공유의 장을 만들기 원해서였을 것이다.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는 기사들은 네이버를 제외하고는 모두 각 포털의 에디터들의 편집을 거치게 된다. 신문으로 따지면 ‘프레이밍’ 작업을 거친다는 것인데, 이것은 알짜 정보만 보여준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반대로 보여주고 싶은 정보만 보여줄 수 있다는 맹점도 있다. 악용되면 여론몰이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그간 네이버는 정부 편향이니 어용이니 하며 많은 비난에 시달렸고, 아마 그런 여론을 의식해서 뉴스캐스트도 개편하고, 오픈캐스트도 시작했을지 모른다. ‘자, 이제 다 오픈해줬으니까 알아서 해라. 불만없지?’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겉으로는 그런 비난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편한 것을 좋아한다. 아침 출근길에 맘편하게 읽는 무료신문처럼 포털 메인페이지에서도 액기스 정보를 받아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즉,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을 대신해 줄 에디터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캐스터에게는 메인페이지 노출이라는 보상이 필요했다

네이버 오픈캐스트의 취지는 이용자 본인이 직접 컨텐츠를 모아 배포하는 것이다. 신문으로 따지면 이용자가 편집자의 역할을 하고, 온라인 상의 이곳저곳의 컨텐츠를 자신의 지면인 캐스트에 모아 발행하고, 자신의 캐스트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구독자를 모으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이런 의문이 남는다. 그래서, 캐스트 구독자가 많아지면 무슨 상관인데?

 

만약 자신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오픈캐스트의 컨텐츠를 자신만의 오리지널 컨텐츠로만 채운다면 구독자가 늘수록 좋다. 자신의 캐스트를 받아보는 사람이 고스란히 자신의 블로그로 유입될 것이고, 홍보효과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오픈캐스트는 직접 쓴 컨텐츠가 아니라도 어디에서라도 퍼 올 수 있도록 되어있다.

 

자신이 쓴 컨텐츠가 아닌 남의 컨텐츠를 모아 만든 캐스트. 이런 캐스트라면 구독자가 는다 하더라도 정작 캐스터 본인에게 무슨 보상이 있을 것인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모은 캐스트라면 적어도 심리적 보상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있어 아무리 구독자가 는들 무슨 상관이 있을까? 바로 그 보상이 이번에 신설된 베스트 No.인 셈이다.

 

 

다음 View와 비슷해지는 오픈캐스트 

네이버가 꿈꿨던 사용자 위주의 오픈캐스트. 하지만 이번 개편을 계기로 결국은 제 3자, 에디터가 개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에디터의 시각이 배제된 자유로운 공간을 꿈꾼 오픈캐스트지만, 결국 귀차니즘을 싫어하는 인간의 본성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뷰의 카테고리가 순차적으로 로테이션되는 것과, 오픈캐스트 좌측의 카테고리가
로테이션되는 것은 서로 비슷하다. 결국 둘다 비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