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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부모의 경제적지원, 사회초년생 자식 출발선을 바꾼다?

5년 전 토익수업을 들을 때 여자 강사분이 한 말이 기억납니다.

“토익 점수 100점씩 오를 때마다 시아버지 직업이 달라진다”

얼핏 상투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중요 포인트는 ‘시아버지 직업’입니다. 
즉, 성적이 좋으면 좋은 데 취직할 수 있고, 좋은 데 취직하면 빵빵한 집안에 시집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5년 전에도 벌써 집안의 중요성, 부모의 직업, 나아가 부모의 경제력이 결혼 고려사항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자, 그럼 부모의 부가 자식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재벌집 같은 극히 드문 사례 대신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를 통해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사회초년생일 때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많은 분들이 이런 시아버지를 원하지 않을까요? 결혼식에서 큰 절 받는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부모의 지원 유무가 자식의 생활을 바꾼다

A군: 지방 출신자. 대학 다니면서 학자금 대출 4회.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 취업.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원 원룸 거주. 보증금은 은행 대출로 해결.

B양:
지방 출신자. 대학 재학 중 등록금 모두 부모님이 내줌.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 취업. 전세 5000만원 원룸 거주. 전세금은 물론 부모님이 해결해 줌.

A군과 B양 모두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사회 초년생으로 급여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겉으로 봤을 때 동등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차이가 납니다.

A군: 매월 학자금 대출 이자 10만원 납입. 월세 30만원 납입. 원룸 보증금 300만원 대출이자 매달 10만원 지출. 휴대폰 및 각종 공과금 본인이 부담.
B양: 학자금 대출 이자 없음. 전세라서 다달이 내는 월세 없음. 채무 전혀 없음. 휴대폰 및 각종 공과금 집에서 내줌.

자 매달 갚아야 할 금액만으로 A군은 벌써 40만원인데, B양은 전혀 지출이 없습니다. 사회초년생에게 있어 40만원이라는 금액은 큰 돈입니다. 즉 A군은 월급여에서 매달 40만원+생활비를 제외한 돈을 저축할 수 있지만, B양은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모두 저축할 수 있습니다. 1년이 지난 후 이들의 저축액은 상당한 차이가 나겠지요?


                <서울에서 5000만원 원룸전세면 작지만 옵션 갖춰진 방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습니다.>



 <부모 지원이 없이 서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월 30만원 짜리 고시원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활 수준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A군은 모든 생활을 자신의 힘으로 하다보니 늘 허덕이게 됩니다. 아마 살고 있는 원룸도 반지하 아니면 옥탑방일 겁니다. 하지만 B양의 경우 햇볕 잘 드는 쾌적한 방에서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겠지요. A군은 월 40만원의 채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을 볼 때나 쇼핑을 할 때도 큰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B양은 좀 덜하겠지요.


달라지는 인생의 출발선

A군은 대학 때부터 부모님의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 B양은 취업 때까지 계속 집에서 지원해준 상태입니다. A군에 해당하는 사람이 아마 더 많은 것이라 생각하지만, 부모님이 좀 넉넉한 중산층이라면 B양처럼 사회초년생 시절에 지원해주는 경우도 드물지는 않습니다.

A군처럼 시작한 사람이 서울에서 B양이 살고 있는 원룸 전세를 얻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최대한 많이 모아 한 달에 70만원, 그리고 향후 연봉이 올라갈 것을 감안해 한 달 100만원씩 모은다고 해도 5년은 족히 걸릴 일입니다.

이 말은 결국 두 사람의 출발선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럼 B양에게 전세금 5,000만원을 지원해준 부모님은 나중에 그 돈을 도로 가져갈까요? 아니지요. 아마 그 돈은 B양이 시집갈 때 결혼자금으로 보태거나, 집을 얻을 때 보태겠지요. 나중에 줄 돈을 미리 땡겨준 셈 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돈이 없는 A군은? 아마 결혼할 때 또 대출을 받겠지요. 채무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부모님의 격려의 박수는 점점 경제적인 것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제 말에 약간의 비약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제 주변에서 이런 경우는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똑 같은 능력을 가졌어도 부모의 지원 여하에 따라 생활이 달라지고, 장래 결혼할 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지방출신자의 경우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도 방 구할 돈과 생활비 때문에 지방에 남는 경우도 있고,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고 싶어도 회사가 사택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마치며..

그럼 이 글의 결론은 무엇이냐구요? 부잣집 자식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 가난한 부모에 대한 원망? 아닙니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서울의 미친 집세와 매년 미친 듯이 오르는 학자금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경우는 20살만 넘으면 독립을 하고 혼자 산다고 합니다. 성인인 이상 저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구요.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무능력의 증거라고 하지요.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상황으로는 독립하는 것보다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숙식을 해결하고 집밥 먹으면서 다니는 게 빨리 돈을 모으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런 현실이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요?



                   금주 두 번째 다음 메인에 올랐습니다. 추천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