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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테마 트래블로그

명품자동차 렉서스, 이런 수난의 시대도 있었다!


요즘은 온라인 게임의 영향으로 오락실 수가 많이 감소했지만, 우리의 유년시절 초등학교 근처에는 반드시 1~2개의 오락실이 있었고 '지능개발실'이라는 좋은 이름 아래 학교를 마치면 꼭 한 번은 들리는 곳이었다. 보글보글, 닌자거북이, 카발, 꾸러기 오형제, 뉴질랜드 스토리... 수많은 명작들을 단돈 50원으로 하루종일 즐길 수 있었던 이 시기 혜성같이 등장한 게임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캡콤에서 만든 스트리트 파이터 2였다.

스트리트 파이터2는 2인 대전이라는 게임 자체도 획기적이었지만, 동전회전율이라는 오락실 수입에 있어서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2가 나올 당시에는 오락실 게임 한 판에 1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보통 100원을 넣고 30분 정도 즐기는 다른 게임에 비해 이건 뭐 빠르면 30초 안에 게임이 끝났으니... 당시 오락실 업주들은 스트리트 파이터 2로 꽤 돈 좀 벌었을 것 같다. 아무튼 너무나 유명한 게임이니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보너스 스테이지로 나오던 자동차 부수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초 3명인가 4명의 CPU 캐릭터를 이기면 처음 나오는 것이 자동차 부수기, 두번째로 나오는 것이 나무통 부수기였다. 시간 제한 때문에 완파하기 어려웠지만 보너스 스테이지에서는 블랑카나 혼다 같은 연타 기술이 있는 캐릭터가 아무튼 유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그냥 자동차니 하고 넘어갔지만 나이가 들고 차에 대한 관심이 생길 무렵 불현듯 스트리트 파이터 시절의 보너스 스테이지가 생각났다. 단단하게 생긴 푸른색 승용차. 전체적인 디자인이 각이 딱딱 져 있고 언뜻보면 가운데 있는 로고가 벤츠 같아보이기도 해서 '벤츠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다.




                              여담으로 보너스 스테이지에서 승룡권을 쓰기보다는 강킥으로 2단 차기를 하는 게 더 빨리 부술 수 있다.


그렇게 추억의 게임은 잊혀지고 나는 여행사에 취업해서 몇 번의 출장을 갈 기회가 생겼다. 그러던 어느날, 홍콩에 가서 거리를 구경하다가 먼 기억에 남아있던 바로 그 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그 차는... 내가 이제껏 벤츠라고 생각했던 그 차는... 렉서스의 최초 모델인 LS400이었던 것이다!!




홍콩에서 발견한 렉서스 LS400. 조사해본 결과 1995년에 발매된 2세대 모델이라고 한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관리를 잘 한듯 아주 깨끗해 보였다.


렉서스 LS400
도요타에서 미국 진출용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 LEXUS 프로젝트를 발동할 때 가장 먼저 만들어진 렉서스의 초대 모델이다. 특히 정숙성을 강조하기 위해 본넷 위에 샴페인잔을 쌓아놓고 시동을 거는 광고는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개발 전 시장조사 팀을 미국에 파견해 미국 중산층의 생활을 체험하면서 고객들의 성향과 가치관을 면밀히 조사했고, 이를 통해 미국 중산층이 가장 원하는 바를 LS400에 고스란히 담은 것으로 유명하다. 1989년 발매된 렉서스 LS400은 벤츠나 BMW, 아우디 같은 독일 럭셔리카에 비해 품질은 높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차라는 인식을 얻게 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다. 렉서스의 성공 이후 도요타의 브랜드 파워는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되었고, 렉서스의 성공 비결을 담은 수많은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이쪽은 태국에서 발견한 LS400. 반질반질하게 왁스칠까지 아주 잘 되어 있다. 역시 2세대 모델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렉서스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 렉서스 열풍을 주도한 모델은 ES330이었는데, 길게 찢어진 헤드라이트가 아주 멋진 딱 봐도 고급차구나하는 느낌을 주는 차였다. 여행사 재직 당시 사장님 차가 ES330이어서 몇 번 얻어탈 기회가 있었는데, 좀 과장해서 차가 가는지 안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 정도로 실내가 정숙했다. ES330은 현재 단종되었고, ES350이 발매되어 그 인기를 계승하고 있다.

첫 발매 이후 렉서스는 다양한 라인업을 구비하고 있다. 플래그쉽 모델인 LS시리즈를 비롯,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ES시리즈, GS시리즈, IS시리즈, 그리고 SUV모델인 RX 등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참고로 현지에서 판매되는 도요타 모델이 수출될 때 렉서스 브랜드에 포함되기도 한다. 그 예로 ES330의 일본 내수용 이름은 윈덤이었고, LS430은 셀시오였다.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ES330. 당시에는 필자가 상상하던 고급 외제차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가장 최근에 발매된 LS460. 렉서스의 플래그쉽 모델이다.

지금은 럭셔리 브랜드로 이미지 굳히기에 성공한 렉서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초창기에는 보너스 스테이지에서 류와 켄의 승룡권에 산산이 부서지는 차였을 줄은. 혹시 캡콤이 수출을 의식해서 일부러 자국 브랜드인 렉서스를 홍보하기 위해 게임에 넣은 것인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우리가 잘 몰랐던 렉서스의 과거 이야기를 이 자리를 빌어 한번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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