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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이야기

여행사 직원은 일년에 몇번 해외여행을 가나

여행과 가장 가까운 직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항공사 직원? 스튜어디스? 가이드북 작가? 해외 특파원? 생각해보면 꽤 많지만 그 중에 여행사 직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여행사 직원이라고 해서 항상 쉽게쉽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그렇게 쉽게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일반인보다는 기회가 많은 편이다.
이왕 여행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여행사에 근무했었던 경험을 되짚어 여행사 직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고, 또 여행사 직원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을까?


1. 여행사의 꽃, 팸투어


팸투어가 뭐지?
팸투어라는 것은 일종의 시찰여행이다. 관광지에 새로운 명소가 등장해서 홍보하고 싶을 때, 여행 상품에 이런 코스를 넣어줬으면 하고 바랄 때. 그럴 때 현지에서는 팸투어라는 것을 주최해 각 여행사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이런저런 관광거리를 홍보한다. 요리사가 새로운 요리를 내놓기 전에 먼저 맛을 보는 것과 같이 새로운 여행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먼저 여행사 직원들이 구경해 보는 것이다. 그것도 공짜로. 현지에서 모든 안내를 맡기 때문에 보통 손님을 안내하는 역할인 여행사 직원들도 이때만큼은 손님이 된 기분으로 편안히 여행할 수 있다.   

택스는 본인 부담? 그런거 없다.
여행 경품을 내건 이벤트가 있을 때, 조그맣게 '택스는 본인 부담'이라는 문구가 쓰여진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항공권에는 유류할증료, 공항세 등 갖가지 명목의 세금이 붙는데 어떤 경우에는 항공권보다 택스가 비싸 여행을 포기한 적도 있을 정도다. 필자 역시 예전 모 디지털카메라 리뷰어로 선정되어 필리핀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택스가 부담되서 포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팸투어일 경우에는 택스? 그런거 없다. 항공권을 포함한 택스, 숙박료, 현지 교통비 등 모든 것은 주최측에서 부담한다. 팸투어 가는 사람은 선물살 돈이나 쇼핑할 돈 정도만 가져가면 아무 문제 없다.  

환상적인 접대
항공사에 비해 여행사는 약자인 을의 입장이다. 항공사에서 좌석을 주지 않으면 상품 자체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사 역시 현지에 가면 갑의 입장을 취하게 된다. 여행사에서 손님을 안 보내주면 현지 숙박업체나 음식점 역시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팸투어를 가면 현지 업체에서 꽤나 은근한(?)한 대접을 해주는데, 굳이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여튼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현지에서의 모든 식사 제공은 물론, 그날 일정이 끝나면 밤에는 술자리까지 마련해 준다. 그리고 잠자리 역시 꽤 신경을 써주는 편인데, 보통 팸투어는 각 여행사에서 대표로 한 명씩 오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일행은 아니다. 그래서 왠만하면 모두 각방을 주고, 심지어 다인실이 기본인 일본 료칸에서조차 4인실에서 혼자 잔 적도 있다.




                                        비싸서 평소에는 엄두도 못 냈던 일본식 가이세키 요리를 대접받는 경우도 있다. 풀코스로



                    노무현 대통령이 묵었다던 가고시마의 백수관. 4인용 화양실을 혼자 썼었다. 방이 너무 넓다보니 잘 때는 좀 무서웠다.


2. 좌석이 펑크났을 때 공짜여행을 갈 수 있다.

성수기가 닥치기 전 보통 여행사들은 항공사에 선금을 지급하고 대량의 좌석을 사오는데, 이를 '하드블럭'이라고 한다. 모객에 자신이 있을 경우 전세기를 통째로 사오기도 한다. (하드블럭에 대해선 나중에 상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이 하드블럭이라는 것은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리 좌석을 확보해 둘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반대로 좌석을 다 못팔 경우 이미 선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여행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만약 하드블럭 좌석이 남거나 펑크가 났을 경우, 이왕 뜨는 비행기 좌석을 비워보내기 보다는 여행사 직원에게 염가에 제공하거나 아예 공짜로 보내주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급작스럽게 발생하기 때문에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잘 갈 수 없지만, 여행사 직원의 경우 '시찰여행'이라는 명목으로 출장으로 처리해주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펑크난 좌석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   



                                                             자리가 다 찼던 덜 찼던 비행기는 무조건 떠난다


3. 마음만 먹으면 매주 갈 수 있는 주말여행

'동경 부엉이', '홍콩 주말여행', '금까기', '야금야금'이라는 여행상품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 주말 동안 다녀오는 1박 3일 여행을 가리키는 말인데 금요일 퇴근하자마자 공항에 가서 토요일 새벽 비행기로 출발, 여행을 즐기다가 월요일 새벽 비행기로 귀국하는 그런 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상품은 보통 야간 전세기를 이용하는데 문제는 현지에 도착하면 새벽이라 숙소까지 갈 교통편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박 3일 상품의 경우 현지에 버스를 대절해서 공항 앞에 대기시켜 두는데, 필자가 근무하던 당시에는 동경 부엉이 상품에 반드시 인솔자를 배정해 두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손님들을 버스까지 인솔해 숙소에 내려주는 역할이 인솔자의 임무였는데, 이 일이 끝나면 돌아올 때까지는 말 그대로 자유시간이다. 귀국할 때는 올 때 했던 역할을 그대로 하면 그걸로 임무는 끝. 남들 돈 주고 다녀오는 주말 여행을 공짜로 하는 셈이었다. 다만 월요일 새벽에 잠을 못자고 바로 출근해야 했기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살인부엉이'라는 악명을 떨치곤 해서 당시에는 서로 가기 싫어했다. 현재도 인솔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퍽 좋은 추억이었다.   



                                                               동경부엉이 집결지였던 추억의 오오에도 온천


요약하자면 여행사 직원 최고의 혜택은 여행이다. 보통 사람은 일년에 많아야 한 두번, 그것도 휴가를 낼 수 없으면 갈 수 없는 해외여행을 여행사 직원은 수시로, 그것도 출장이라는 당당한 타이틀을 달고 일년에 수 차례 다녀올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여행이 좋아 입사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연한 혜택일 지도 모른다. 쓰다보니 좋은 점만 적게 됐는데, 어느 직업이라도 스트레스가 없으랴. 다른 어떤 직업보다 스트레스가 많은 게 여행사 직원이다. 다음에는 여행사 직원의 애환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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