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

면접 10번 보면서 느낀 면접관과의 궁합의 중요성

나는 현재 구직중이다.
여행사 홍보팀에서 2년 정도 일하다가 글쓰는 직업을 갖고 싶은 욕심에 지난해 6월 웹진 제작업체로 옮겼고, 웹진 기자로 5달 정도 일을 했다.
하지만 두번째 직장은 생각보다 영세했고, 때마침 환율폭등과 경기 불황의 여파로 제정도 열악해졌다. 
급여가 하루 이틀 연체되는 경우가 생겼고, 업무면에선 만족했지만 회사가 안정적이지 못해 일하는 내내 불안했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였지만 고민끝에 지난 10월 퇴사했고, 이후 그 회사는 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의 구직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번째 직장도 두번째 직장도 한번에 붙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금방 일자리를 구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게 왠일인가. 나의 퇴사시기와 맞물려 세계는 미국발 경제위기가 현실화되는 추세였고 9시 뉴스를 볼때마다 '고용대란'이니 '대학 5학년생'이니 하는 심각한 기사가 메인을 장식했다.

퇴사하고 벌써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퇴사한 시기가 마침 하반기 공채 시즌이라서 원서 넣을 곳은 많았다. 전공과 관계 없는 곳에도 이곳저곳 넣어보았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대기업 영업직도 많이 넣어보았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서류합격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그리 높지도 않고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토익성적표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11월까지 공채위주로 원서를 넣었으나 연락이 온 곳은 한군데도 없다. 그때부터 전략을 수정했다.

스펙보다는 경력이 우선이다.

나는 홍보경력과 웹진기자 경력을 합쳐서 2년 정도의 경력이 있다. 12월부터 내가 했던 경력을 토대로 해서 이미지를 넣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했고, 사보기획이나 언론홍보, 마케팅쪽 분야 경력직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주로 중소기업에 원서를 넣었는데 중소기업은 자소서양식이 없는 곳이 많은데, 내가 자유롭게 이미지도 넣고 지문도 넣으면서 양식을 바꿀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대기업은 자소서양식과 지문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지문에 맞춰 작성해야 되기 때문에 내가 쓰고 싶은 말을 다 쓸 수 없어 별로 좋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검색

전략이 주효했는지 5개 중 2개 꼴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지금도 이때 만든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약간의 수정을 거쳐 서류를 넣고 있는데, 꽤 반응이 좋다. 나에게 있어 12월에 작성한 원서는 일종의 베이스 양식이 된 것이다. 면접보러 오라는 연락이 오면 나는 면접 때 보여줄 레포트를 작성했고 사전 질문지도 만들었다. 한번뿐인 기회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12월부터 시작해 10번이 넘는 면접을 봤다. 나와 같이 면접을 봤던 사람은 항상 놀란다. "어떻게 그렇게 준비를 많이 해왔냐? 나와 너무 비교되서 혼났다", "내가 면접관이면 당신을 유심히 체크하겠다" 늘 면접실을 나올 때 듣는 이야기다. 나는 늘 준비를 많이 해갔다. 지원한 회사가 보도된 기사내용, 회사에서 뭔가 부족한 점, 그리고 내가 입사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등... 일단 함께 면접을 본 사람보다는 늘 말을 더 많이 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상관일까? 취업은 합격이 제일 중요하다. 맨날 지더라도 단 한번 1승만 하면 끝나는 게임이다. 아직 그 1승을 못한 것이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와 비슷한 면접관을 만나는 것.

10번이 넘게 면접을 보면서, 바꿔 말하면 10번 넘게 면접에서 떨어지면서 내가 느낀 것은 면접관과의 궁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해도, 아무리 상식이 풍부해도, 아무리 아는 것이 많아도 면접관이 보는 것은 '자기와 맞는 사람인가?' 혹은 '회사와 맞는 사람인가?'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에게서 친근감을 느낀다. 취미가 같다거나 성격이 비슷하다거나 선호하는 정당이 같다거나 하는... 면접관들이 뽑는 사람은 자기와 함께 일할 동료나 부하직원이 될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말이 많거나, 자기 주장을 너무 앞세운다거나 하면 아무래도 피곤하지 않을까? 그리고 자기 생각과 아예 상반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일 시키기에도 피곤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검색


진중한 사람을 선호하는 면접관에게는 내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일 것이다. 회사에 대해 프라이드가 높은 사람은 내가 회사에 대해 부족한 점을 말하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회사에 대한 레포트 자료를 건네면 '백수라서 시간이 많이 남아도나보다'라고 생각하는 면접관도 있을 것이다. 많이 준비해간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이다.

취업에는 운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 결국은 내가 한 말이나 내가 준비한 것들에 대해 긍적적인 채점을 해줄 '궁합'이 맞는 면접관을 만나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바꿔말하면 자기와 비슷한 생각이나 성격을 가진 면접관을 만나는 운이 필요한 것이다.   

오늘본 면접에서도 나는 많은 준비를 해갔다. 이때껏 내가 만든 홍보관련 포트폴리오, 기사, 그리고 지원 회사에 대한 레포트... 부디 오늘 만난 면접관들은 나와 궁합이 맞는 사람이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