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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이야기

여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디일까?


여행을 떠나려면 가장 먼저 항공권을 예약해야 한다. 항공권을 예약하는데 가장 중요한 정보는 세 가지. 영문 이름, 주민등록번호, 여권만료일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영문이름인데 항공권 예약은 토파스나 아바쿠스라는 국제 공용 예약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일단 이 프로그램에 영문 이름만 등록해 놓아도 예약은 끝난다. 그리고 주민등록번호는 고객의 신원확보와 성별 확인, 연령을 알기 위해서, 여권만료일은 만료일 3개월 이하로 남았을 때 공항에서 출국이나 입국거부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확인하는 것이다.

영문이름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스펠링 때문이다. 한국 사람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사람이 영문이름으로 예약되기 때문에 예약된 영문과 실제 여권 영문이 스펠링 하나라도 다르면 입국이 거부될 수도 있다. 즉, 예약한 이 사람이 당신이 맞는지 믿지 못한다는 거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는 많은 고객들이 급한 마음에 전화상으로 여권정보를 불러주는데, 고객이나 받아적는 직원이나 인간인 이상 분명히 실수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런 전달상의 사고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영문 스펠링 하나 틀려서 출국을 못했다는 사람, 당일 공항에 가서야 여권이 만료된 사실을 알아 뒤돌아선 사람 등 여러가지 사고로 여행을 망친 사람들이 여행사 직원에게 컴플레인을 건다. 그래서 여행사 직원은 아무리 급하더라도 여권사본을 팩스나 이메일로 받아 둔다. 그래야 실수하지 않고, 혹시 나중에 고객이 컴플레인을 걸었을 때 증거자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여권사본을 받아도 실수의 여지는 남아있다. 여권정보가 적힌 면을 보면 주민등록번호, 여권발급일, 여권만료일이 영어식으로 적혀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은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좀 헷갈리게 적혀있다. 예를 들면 '30 JUN 10' 이런 식이다. 2010년 6월 30일이란 뜻인데 익숙치 않은 영어 어순이다 보니 아무래도 헷갈린다. 게다가 개월 수가 영어로, 그것도 줄임말로 되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이 영어가 몇 월인지 기억이 안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여행사 직원들 책상에는 꼭 달력이 있다. 물론 밑에 조그맣게 영어 개월 수가 표기된 달력이.



하지만 인간은 효율성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여행사 직원이 이렇게 헷갈리면 당연히 공항에서 근무하는 입국심사관들게도 헷갈릴 게 분명하다. 거기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성수기에 SEP이 9월인지 10월인지 헷갈려하다간 날이 셀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권에는 아래와 같이 스캔하면 필수정보가 바로 뜨는 두줄짜리 코드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코드가 여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빨간 색 박스 안이 바로 필수정보가 들어있는 공간이다




윗줄 왼쪽부터 차례대로
PM-여권종류 / KOR-국가 / HONG<<GIL<DONG-이름

아랫줄 왼쪽부터 차례대로
DG1184■41-여권 번호 / 1-의미불명 / KOR-국가 /8008■0-주민등록번호 앞자리 / 1-의미불명 / M-남자 / 100630- 여권 만료일. 2010년 6월 30일 / 8-의미불명 / 1063■20-주민등록번호 뒷자리

보통 사람들은 사진이 있는 윗부분만 보고 아랫부분은 잘 보지 않는다. 알고 보면 단순히 여권정보를 나열해둔 것에 불과하지만 중간중간에 의미불명의 숫자가 끼여있기 때문에 무심코 보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사 직원이 이 두줄에서 주로 찾는 정보는 여권만료일이다. 상대적으로 여권번호나 주민등록번호는 윗부분에서 구분하기 쉽기 때문이다.

사이사이에 있는 1이나 8 등의 숫자는 단순 구분용 숫자이거나 컴퓨터가 인식하는 분류 코드번호가 아닐까 생각된다. 왜, 입국심사관이 당신을 살짝 째려본 후 여권을 뒤집어서 스캔하던 장면이 기억나지 않는가? 편의점 직원이 바코드를 찍으면 물건 값이 뜨듯이, 입국심사관이 이 코드를 스캔하면 필수정보가 화면에 바로 나타난다. 즉, 입국심사관을 위한 코드인 것이다. 거기에 덩달아 여행사 직원까지 혜택을 보고 있는 셈. 이 부분은 형태가 다르면 데이터를 제대로 읽어들일 수 없기 때문에 전세계 공통양식으로 되어 있다. 


필자는 전자여권을 아직 접해보지 못해서 요즘 여권에는 어떻게 찍혀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입국심사관을 위해 한눈에 볼 수 있는 코드번호가 찍혀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거의다 숫자로만 되어있기 때문에 여권 아래쪽을 유심히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필수정보가 입력된 이런 '효율적인' 코드들이 우리 생활에 존재한다. 즉 이 두줄은 여권의 바코드 번호인 셈이다. (엄밀히 말하면 바 Bar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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