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의 퇴장과 함께 선덕여왕도 종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미실의 역할이 컸던 탓일까? ‘선덕여왕’이라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여왕이 된 덕만이 활약하는 부분은 공주일 때보다 오히려 힘이 빠진 모습이다.
다만 덕만이 즉위한 후 한가지 이상한 점은, 스스로를 ‘폐하’라고 부르는 점이다. 알다시피 폐하라는 명칭은 황제 이외에는 붙일 수 없을 터. 신라가 황제를 자처하면서 중국과 맞먹었는지에 대한 논쟁은 접어두더라도, 이것은 인칭에 관한 문제가 된다.
최근 뜨거워지고 있는 비담과 덕만의 로맨스. 비담의 적극적인 구애에 덕만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폐하일 뿐이다...”
알다시피 왕과 황제를 칭하는 호칭은 다르다. 물론 황제임을 인정할 때 그를 폐하라고 부르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 덕만은 이렇게 말해야 옳은 것이다. “나는 황제일 뿐이다.”
자, 왕과 황제의 호칭을 살펴보자.
공식적인 명칭 : 임금 (3인칭 대명사)
신하가 왕을 부를 때 : 전하 (2인칭 대명사)
왕이 스스로를 칭할 때 : 과인(허물이 많은 사람이란 뜻. 1인칭 대명사)
공식적인 명칭 : 황제 (3인칭 대명사)
신하가 황제를 부를 때 : 폐하 (2인칭 대명사)
황제가 스스로를 칭할 때 : 짐(매우 삼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 1인칭 대명사)
즉, 덕만이 이때 했어야 할 말은 “나는 폐하일 뿐이다.”가 아니라 “나는 황제일 뿐이다.”라고 했어야 옳다. 원래 황제가 스스로를 칭할 때는 ‘짐’이라고 해야 맞지만 이때는 상황상 나라를 다스리는 인물이라는 객관적인 단어가 맞기 때문에 황제라고 했어야 옳다. (혹은 “나는 왕일 뿐이다.”라고 하던가…
참고로 폐하와 전하라는 말은 2인칭 대명사로, 신하들이 왕이나 황제에게 사용하는 말이다. 뜻은 아래와 같다.
궁전에 오르는 계단 밑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신하는 황제에게 직접 보고하지 못하고 계단 밑에 시위를 통해 보고하게 된 데서 황제의 경칭이 되었습니다.
전하(殿下) : 전각 아래라는 뜻
폐하보다 아래로 왕이나 황태자 또는 독립적 영지를 가진 영주나 추기경을 부를 때 쓰는 칭호입니다. 폐하는 계단아래에 있는 시위를 통해 보고했지만 전하는 당사자가 전각아래서 바로 시위를 통하지 않고 보고한데서 나온 말입니다.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작가분들이 급히 대본을 쓰다가 보면 혼동될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은 일반 시청자인 내가 보기에도 참 어색한 대사였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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