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

30대 초반 직장인이 무리해서 K5를 사는 이유

얼마 전 조간 신문에 3대 히트 상품에 대한 기사가 떴습니다. 참살이탁주, 기아 K5, 해피콜 직화오븐이 그 주인공이었는데요. 각각의 타겟에 잘 맞춘 마케팅기법으로 소비자의 가슴 속에 파고 들었다는 후문입니다.

특히나 기아의 K5는 30대 초반 직장인에게 잘 어필했다고 하는데요. 외제차 부럽지 않은 날렵한 디자인, 젊은 직장인의 감성을 파고드는 마케팅이 유효적절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왜냐하면 기아 K5는 아반떼급 준중형 모델이 아닌 소나타급 중형모델이기 때문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회초년생의 엔트리카는 연봉의 절반 수준이 적정

재테크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차량 구매가격은 연봉의 절반수준이 적정하다고 합니다. 30대 초반 직장인의 연봉이 2000~3000(대기업 제외)만원으로 분포되어 있다고 봤을 때 그 절반인 2500만원이 평균이라고 치면 약 1000~1250만원대의 자동차가 적절하다는 뜻이지요.

차는 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비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최초에 차를 살 때 내는 등록세, 보험료, 그리고 연간 드는 유류비 등을 감안했을 때 그렇다는 겁니다. 자, 그렇다면 사회초년생이 살 수 있는 첫 차는 무엇일까요? 답은 나왔습니다. 바로 800~1000만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소형차 밖에 없습니다.

단 두 대 밖에 없는 국내 소형차 시장

하지만 알다시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디젤 엔진 차량이 아닌 작은 차) 모델은 딱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기아의 모닝과 GM대우의 마티즈가 그것인데요. 최근에는 젊은 감성에 맞는 디자인을 도입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두 모델이지만, 단 두 가지 모델만으로 그 많은 엔트리카 수요를 모두 맞출 수 있을까요? 당연히 맞출 수 없지요.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던가 하는 여러가지 이유로 앞서 말한 두 가지 모델을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럼 그런 사람들은 어떤 차를 사야 할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늦어진 취업연령, 남의 이목이 무리한 소비 부추겨

소형차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상위 모델로 시선을 옮기게 되는데요. 바로 준중형차입니다. 알다시피 준중형차의 왕좌는 현대의 아반떼가 차지하고 있는데요. 현대에서도 공공연하게 아반떼의 타겟을 ‘생애 첫 차를 구매하는 고객’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 아반떼의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요? 옵션을 최소화한다면 1200만원 대에서도 가능하지만, 나름 ‘타고다닐 만한’ 사양을 갖추려면 1600만원 정도는 줘야한다고 합니다. 사회초년생에게 1600만원이라는 금액은 부담스러울만 한데, 앞서 현대자동차의 언급처럼 많은 사람들이 생애 첫 차로 아반떼를 구입한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처음에 언급했던 것처럼 선택할 수 있는 소형차가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로, 평균 남성 취업 연령이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남성만 예로 들어서 죄송하지만 지금껏 대학교 4년과 군대를 포함해 남자가 첫 직장을 얻는 나이는 평균 26~27세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최근 과다한 스펙 경쟁, 해외 어학연수 등으로 2년 정도가 추가되었는데요. 즉 대부분의 남성이 27~30세의 나이에 취업하는 경우가 크게 는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다면 30대 초반에는 아반떼 XD나 뉴아반떼 XD 중고가 적당하지요.>

생애 첫 차로 중형차 선택하는 30대 직장인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체면이나 남들의 이목을 중시해 왔습니다. 누가 정한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30대는 아반떼, 4~50대는 쏘나타 정도는 끌어줘야 한다는 차에 대한 등급이 매겨져 있습니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모닝이나 마티즈 같은 소형차는 대학생이나 20대 중반에 어울리는 차인 셈이지요.

그러니 아무리 첫 직장을 얻고 돈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이에 걸맞는 차를 타야지’하는 생각으로 아반떼나 라세티 프리미어, 포르테 같은 준중형급 자동차를 엔트리카로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본인의 경제력으로 봤을 때는 할부로 사지 않는 이상은 어려울텐데 말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쏘나타 정도는 타줘야... 쏘나타 풀옵션 갖추면 거진 3,000만원 가까운 차입니다...>

중요한 점은 K5나 쏘나타 같은 중형차도 사회초년생의 엔트리카 물망에 올랐다는 점입니다. 아마 점점 젊은 취향에 맞는 세련된 디자인을 내놓는 국산차의 마케팅의 힘이 크다고 할 수 있겠죠.  저도 처음에는 K5를 보고 아반떼급 자동차인줄 알고 ‘좀 무리를 하더라도 꼭 사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쏘나타나 SM5와 비교되는 중형차라는 사실을 안 다음부터는 아예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 연봉보다 비싼 차를 무리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지요.


마치며

제목에 K5를 언급하긴 했지만, 저는 사실 K5에 아무런 원한도 없고 오히려 능력만 된다면 갖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차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으로 보았을 때 저는 가질 수 없는 차이고, 그렇지만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거라고 생각해 이 글을 썼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소형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일본이나 유럽처럼 다양한 소형차를 내놓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는 필요하지만 평균 차값은 점점 올라가고 그렇다고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차를 살 순 없고, 그렇다고 소형차를 사긴 싫고…
이런 딜레마에 빠진 저 같은 사람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주었으면 합니다. 제발요.


                       *다음 메인화면에 올랐습니다. 오랜만의 메인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