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가제 특공대는 인간의 광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증명해 주는 역사의 슬픈 단면이다. 알다시피 가미가제라는 말은 고려시대 원나라의 침공을 막아준 태풍에서 유래된 것으로 ‘신의 바람’이라는 뜻이다. 그 옛날 신풍(神風)이 불어 일본을 보호해 주었듯이 일본을 보호하는 인간무기가 되라는 뜻으로 이름 붙인 가미가제 특공대. 전쟁 막바지에 물자가 달리던 일본이 생각해낸 엉터리 궁여지책 때문에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엄청나게 죽어나갔다.
여담이지만 우리가 쓰는 ‘특공대’의 어원도 가미가제에서 유래한다. 가미가제 부대는 일반 부대와 구분하기 위해 ‘가미가제 특공대’라고 불렀고, 부대원을 ‘특공대원’으로, 가미가제 공격에 쓰이는 비행기를 ‘특공기’라고 불렀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저기 특공대를 붙이지만 그 유래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규슈에 있는 가고시마는 일본 본토 최남단으로, 가고시마에서 조금 떨어진 지란이란 곳에 가미가제 출격장이 있었다. 1945년 종전시까지 이곳에서 출격한 비행기는 총 80대 이상으로, 그말인즉슨 80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죽었음을 의미한다. 많은 가미가제 특공대가 사이판이나 필리핀 같은 남태평양에서 출격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곳은 본토로 밀려오는 연합군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 같은 역할을 맡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그런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에 이곳에 가미가제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한국사람에게는 결코 유쾌한 기억이 아니기 때문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그마한 것이라도 기록을 남기기 좋아하는 일본인답게 인근에 사는 일본인들은 많이 찾는 편이다. 폭발로 완전히 그을린 비행기 잔해부터 무운을 빌어주는 부적, 출동하기 전에 가족에게 남기는 유서 등… 나름대로 비장미를 살려 꾸며놓았지만 한국인에게는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애국의식이 투철한 편은 아니라 일본이 반성을 안하고 있다느니, 역사를 왜곡한다느니하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하나의 사실을 두고 이미지를 변형시켜 이렇게까지 포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간은 두려움이 느껴진다. 오늘날 일본인의 잘못된 전쟁인식에는 이런 포장된 역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장열하게 희생한 가미가제 특공대원의 사진 옆에 일본인에 의해 착취와 억압을 받던 식민지 국민들의 사진도 나란히 진열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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