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왕궁을 둘러보다보면 궁금한 점이 생긴다. 제각기 다른 양식을 지닌 탑도 그렇고, 이 열대의 나라에 중국복장을 한 석상도 수상하다. 하지만 가장 궁금한 것은 바로 이것. 문마다 양쪽에 서서 지키고 있는 거대한 조각상이다. 태국의 국제공항 수완나폼공항에서도 본 적이 있는 이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아마 태국을 대표하는 그 무엇이니까 공항에도 있고 왕궁에도 있는 것이 아닐까? 




태국에 전해지는 라마끼안 전설

그 전에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왕궁에 그려진 벽화다.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저건 뭐지?'하면서 그냥 지나치는데, 이 벽화는 태국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많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벽화는 태국에 전해내려오는 라마끼안 전설을 옮긴 것이다.
라마끼안은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 서사시 라마나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그 내용이 거의 흡사한데, 어째서 힌두교의 전설이 태국까지 오게된 것일까.


 

라마끼안 이야기는 영웅 라마와 부인 시따에서 시작한다. 이 젊은 부부는 라마의 형제와 함께 숲으로 들어가 은둔한다. 숲에는 마왕인 라바나가 은자로 위장해 시따를 납치하자 라마는 원숭이의 왕인 하누만의 도움을 받아 라바나를 물리치고 시따를 구해낸다. 이야기가 결말에 가까워지면 대전투와 속임수 끝에 라바나는 죽음을 맞이한다. 

 



                    ▶ 태국 왕궁에 그려진 벽화의 일부분. 원숭이 왕 하누만이 악령을 물리치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라마는 힌두신인 비슈누의
6번째 화신이다. 비슈누는 여러 형태의 화신이 있는데 6번째 화신 라마는 바로 인간이다. 다른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고대 왕조 시절부터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태국은 국왕이 곧 라마의 현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현재 태국의 국왕인 푸미폰 국왕 역시 정식 명칭은 라마 9세인 것이다. 그리고 라마를 도운 원숭이의 왕 하누만은 국왕을 호위하는 무사의 상징으로 왕궁의 입구를 장식하는 조각상으로 세워졌다.

그렇다. 왕궁에 문마다 있는 조각상은 바로 이 하누만이었던 것이다.

 




태국이 불교의 나라라고 하지만, 불교 역시 힌두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종교이기에 태국 곳곳에서 힌두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인도와 가까운 인도차이나 반도의 나라들은 동양 3국과는 다르게 힌두교의 영향이 두드러지는 불교 유적을 가지고 있다. 그 하나의 예가 라마나야 전설에 나타난 하누만을 숭배하는 문화이다.



하누만의 전설은 중국으로 무대를 옮겨 서유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중국에도 이 원숭이 왕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서유기가 그것으로, 불법을 수호하며 악령을 물리치는 용맹한 원숭이의 모습은 라마야나 서사시에서 라마의 행동대장으로 활약했던 하누만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서유기는 당나라 시절 인도에 불전을 구하러 간 현장법사의 실화에 기초한 이야기이지만, 굳이 원숭이 손오공을 호위무사로 등장시킨 것은 그 전부터 인도에서 숭배의 대상이 되어온 하누만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인도에서 태어난 원숭이 왕의 이야기는 불교에 영향을 주었고, 중국으로 건너가 서유기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후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가서는 드래곤볼 이라는 사상 최고의 히트를 친 만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문화 컨텐츠가 아닐까.


Posted by 토모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