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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진돗개 대신 데프콘 발동해라? 확전 조장하는 보수언론


불안한 마음을 안고 잠이 든 후 아침 출근길에 모 보수언론의 어플을 열었습니다. 이번 연평도 사태로 인한 파장이 얼마나 강할지… 짐작은 했지만 역시 기대를 져버리진 않았습니다. 기독교 보수단체와 특히 친한 이 보수언론의 기사는 제가 읽기에 아주 위험해 보였는데요. 마치 확전을 독려하는 듯한 기사 몇 가지를 옮겨봅니다.

전투준비 태세인 ‘데프콘’ 강화했어야?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 군은 해당 지역에 국지 도발 경계 태세 1급(진돗개 하나)을 발령했다. 그러나 사태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전투 준비 태세인 데프콘으로 강화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전직 고위 장성은 "북한이 사실상 전면전에 가까운 도발을 한 상황에서 경계 태세 강화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너무 무기력하다"며 "언제든 도발하면 전투로 되갚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 보수언론은 먼저 국지도발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아닌 전면전을 대비한 ‘데프콘’으로 강화했어야 하지 않냐고 엄포를 놓습니다.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진돗개와 데프콘은 그 규모와 파장이 어마어마하게 다릅니다. 국지도발이라 함은 전쟁이 아닌 말 그대로 한 지역의 분쟁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분쟁 같은 경우죠. 우리나라로 치면 예전 잠수함 간첩사건, 그리고 이전의 서해 교전 사건 등이 포함되는데요. 전면적인 전쟁이 아닌 일상생활을 유지할만한 적의 간헐적인 도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데프콘은 말 그대로 전면전, 전쟁을 뜻합니다. 우리나라는 평상시에 데프콘4가 발동되어 있습니다. 기사에서 말한 데프콘 강화란 데프콘3 발동을 의미하는데요. 만일 그렇게되면 전시작전권이 미군으로 넘어가게 되고 우리나라 전체가 준전시 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될 때 파장은 엄청납니다. 특히 경제적인 파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진돗개 하나’는 국지도발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수 있고, 그간 이런 북한의 도발은 간간히 있어왔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설득할 명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데프콘3이 발동될 경우, 나라 전체가 전시 상태로 돌입함을 의미하기에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들… 다 빠져나갑니다. 외국인 투자에 의해 증시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치명적인데요. ‘우리나라 위험한 나라요’라고 국내외에 선전하는 꼴이지요. 국내 1위라는 언론의 인식이 저 정도라니 할 말이 없습니다.

K-9자주포 대신 미사일 날렸어야 한다?

일부 소식통은 K-9 자주포 외에 정밀타격무기가 사용됐다고 전했으나, 합참은 이번 K-9 자주포만으로 대응사격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K-9 자주포만 사용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K-9 자주포는 직경 50m 이내의 인명을 살상(殺傷)할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포탄이 멀리 날아가 떨어질수록 오차가 커지는데 최대 80~ 200m 정도의 오차가 생길 수 있다. 북한 해안포 진지는 암벽을 뚫어 좁은 구멍을 낸 뒤 사격할 때만 포구(砲口)를 개방하고 쏘기 때문에 정확히 포구나 포구 인근을 맞혀야 파괴할 수 있다. 자주포로는 정확히 파괴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날 출동한 총 8대의 KF-16, F-15K 전투기에서 GPS로 유도되는 합동직격탄(JDAM)이나 공대지(空對地) 미사일로 공격했어야 제대로 파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일각에선 공습시 확전(擴戰)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우리 민간지역을 포격한 사상 초유의 도발에 대해 그 정도 대응은 했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서해5도에는 땅 위에서 함정 등을 공격하는 지대함(地對艦) 하푼 미사일이 있어 북한 기지를 공격할 수 있으나 이 미사일이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말 이 글을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K-9 대신 미사일 날렸어야 한다? 일반 대포에서 발사하는 포탄과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정밀유도 미사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어제 속보를 접하며 가장 두려웠던 일은 연평도로 우리나라 전투기가 출격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만일 여기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도 전투기를 띄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북한이 포를 발사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포로 응사했다는 것은 명분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만약 미사일이 가세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북한도 미사일로 응사했을 것이고, 그 표적은 연평도에 국한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요. 그야말로 확전, 곧 전면전입니다. 북한도 처음부터 전쟁을 염두에 두었다면 해안포 정도가 아닌 서울을 목표로 한 미사일을 날렸을 겁니다. 해안포 혹은 자주포 발사는 ‘그냥 이 정도로 그치자’는 의미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지요. 그래서 우리 군도 자주포 응사 정도로 참았던 겁니다. 확전이 되면 안되니까요. 이 보수언론의 미사일 운운은 전면적으로 한판 붙자는 의미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말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일부러 저런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K-9 자주포, 이렇게 까일 만큼 나약한 무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주력전차인 K-1 전차와 함께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몇 안 되는 무기입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수출도 하고 있구요. 포병 출신이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컴퓨터로 탄착거리를 계산하기에 사람이 운용하는 일반 야포보다도 훨씬 정확합니다. 아마 북한군 진지로 집중사격했다면 북한군 피해도 무시 못합니다.

‘받은 만큼 돌려줬냐’ 꼬치꼬치 캐묻는 모 보수언론

합참은 북한이 사격한 포탄이 바다와 육지에 떨어진 것을 합쳐 수십발로 추정되지만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수백발의 포탄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차이가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사격과 우리 대응사격이 진행된 때에는 포탄을 한 발 한 발 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정확한 북한군 사격 규모 파악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이 실제로는 100발 이상을 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합참은 연평도의 K-9 자주포로 두 차례에 걸쳐 80발을 대응사격했다고 밝혔다. 교전수칙은 최소한 북의 도발 이상의 대응을 하도록 돼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몇 배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는데 80발 대응 사격이 이런 원칙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북한군은 이날 2시 34분~2시 55분, 그리고 3시 10분~3시 41분 두 차례에 걸쳐 사격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군도 북한의 도발에 비례해 충분히 대응한다는 교전규칙에 따라 두 차례 대응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우리 교전규칙은 북한의 해안포 등이 NLL 남쪽으로 사격해 우리 군이나 민간에 피해를 입혔을 경우 사격지점(해안포 진지 등)을 공격하도록 돼 있다.

민간인 사찰이나 성접대 검사 등 정치와 관련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두루뭉실하게 기사 쓰는 보수언론답지 않게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아주 집요하게 캐묻고 있습니다. 연평도에 떨어진 포탄이 수십 발인지 수백 발인지, 80발 대응 사격이 적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북한이 두 차례 사격했는데 우리도 두 차례 대응 사격했는지. 한마디로 ‘받은 만큼 돌려줬냐’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고 있는데요. 일반인이 놓칠 만한 사소한 의문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 그 치밀함이 놀랍습니다.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소 다른 이슈에는 왜 그리 관대했는지 의아해지기까지 하는데요.


이 참에 한판 붙자는 말인가?

이 보수언론의 오늘 아침 기사를 종합하자면 ‘이 참에 한판 붙자’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물론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고 기사에 호응하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평소에 대통령의 실책까지 훈계하는 최고 어른 언론께서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면 국민들이 불안해서 살 수나 있겠습니까. 우리에게는 지켜야 할 소중한 일상이 있습니다. 군대도 다녀왔기에 전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아마 그쪽 사주님도 군대 안 갔다 오셔서 잘 모르시겠지만 전쟁이 그렇게 재미있는 일은 아닙니다. 나라가 하도 국격, 국격하니 저도 한 말씀. 제발 격에 맞는 기사 좀 써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