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주 오랜만에 본 주말 가요프로그램에서 마치 소녀시대의 데뷔곡이었던 <다시 만난 세계>와 거의 흡사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죠. 노래가 비슷해서인지 외모도 소녀시대 데뷔시절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하긴 갓 데뷔한 걸그룹은 대부분 순수컨셉을 지향하기 때문에 컨셉이 겹쳐서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죠.
신인 걸그룹 여자친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노래 같다는 생각을 저만 한 건 아니었나 봅니다. 포털 상에서 여자친구를 검색해보면 자연스럽게 ‘여자친구 표절’ ‘다시 만난 세계’가 연관검색어로 뜨는 걸 보니 말이죠. 노래 반응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첫주엔 벅스 뮤직 10위 권 안에도 데뷔곡이 뜰 정도였으니 데뷔한 지 3년 만에 반응이 오고 있는 EXID 같은 그룹에 비하면 순조롭다고 할 수 있죠.
<그러고 보니 사진 이미지도 비슷한 느낌이네요. 갓 데뷔한 걸그룹이 다 비슷하긴 하지만...>
여자친구 데뷔곡과 비슷한 <다시 만난 세계>는 무려 10년 전 노래
다만 비슷하다고 느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무려 10년 전 노래라는 점입니다. 소녀시대데뷔가 2007년인데 10년은 너무 억지라구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곡은 원래 소녀시대의 선배그룹이었던 밀크의 2집 타이틀곡으로 만들어졌던 노래였습니다. 밀크의 데뷔가 2002년, 만약 2집으로 컴백을 했다면 2003년이 되었을 텐데 그렇게 따지면 12년 정도 전의 곡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사실은 위키백과사전에도 실려 있습니다.
밀크(M.I.L.K)는 2002년에 데뷔해 활동했던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4인조 여성 그룹이다. 구성원으로는 서현진, 김보미, 박희본, 배유미가 있다. 같은 소속사인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는 밀크의 2집 대표곡으로 쓰일 예정이었으나 그룹이 해체되면서 5년 후에 소녀시대가 부르게 됐다.
<이제는 사진 찾기도 쉽지 않은 비운의 그룹 밀크>
밀크에 대한 안타까움은 제 개별 포스팅에도 담겨 있습니다.
대형기획사 아이돌은 다 성공할까? sm이 버린 아이돌 http://tomomo.tistory.com/136
EXO-K, 에이핑크… 10년 전 노래 스타일이 뜨는 이유
가만히 살펴 보면 <유리구슬> 이외에도 10년 전 노래 스타일이 묻어나는 노래는 꽤 있습니다. EXO-K의 데뷔곡이었나요? <MAMA>를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90년대 감성. 멤버만 바뀌었을 뿐 마치 H.O.T와 신화의 노래 스타일에서 단 한 걸음도 진보하지 않은 듯한 진부함(물론 유영진 창법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건 이런 옛날 노래 같은 스타일이 먹힌다는 점!
작년에 나왔던 에이핑크의 <No No No>도 S.E.S의 <꿈을 모아서>와 흡사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No No No> 같은 경우는 어느 특정 부분이 똑 같다기 보다는 예전 인기있었던 다양한 그룹의 노래를 짜집기한 것 같은 인상이 듭니다. 중요한 점은 이 두 곡 모두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죠.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까지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노래가 뜨는 끝없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90년 대 감성 물씬 나는 노래였지만 둘 다 인기를 끌었습니다.>
검증된 모델만 도입하는 모험을 하지 않는 시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최근 무한도전 <토토가>에서 본 것처럼 오늘날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세대인 30대의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경제 불황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 재탕되고 있는 노래는 대부분 IMF시절 1세대 아이돌이 부르던 노래 스타일과 일치하는데요. 그 후로 계속된 경기 침체로 인해 기획사에서도 새로운 스타일로 모험을 하기 보다는, 한번 효과를 봤던 노래 스타일을 고수하며 소위 ‘안전빵’으로 가려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소위 대형 3사로 분류되는 기획사의 영향도 크다고 봐요.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스타일,특히 SM엔터의 경우 유영진씨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구요. 작곡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용감한 형제, 신사동 호랭이 등 히트 작곡가 반열에 오른 사람들의 곡이 부르는 사람만 바뀔 뿐, 가요 시장에 계속 퍼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비슷비슷한 노래만 들리는 ‘쏠림 현상’이 생기게 되죠.
<초기 밴드 컨셉에서 완전히 섹시로 돌아선 A.O.A. 대중의 취향은 결국 기획사가 만드는 겁니다.>
결국 대중의 취향은 기획사와 작곡가의 손에서 놀아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노래에
얼굴만 바뀌는 식이죠. 기존 아이돌이 나이가 들면 어린 아이들이 새로 데뷔해 비슷한 노래를 부르는. 남자에게 있어 가장 좋은 여자는 ‘새로운 여자’라는 말이 있듯, 가요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은 오직 새로운 페이스 ‘New One’인 것 같습니다.
모험을 하지 않는 시대, 가요계가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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