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가와로 가는 길-




규슈여행의 시작은 무조건 산큐패스입니다. 쿠로가와라고 예외가 아니죠.

쿠로가와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구마모토-아소-쿠로가와-유후인-벳푸를 잇는 규슈횡단버스를 타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일단 후쿠오카에서 구마모토로 가는 버스편을 탑니다.
(시간대가 자주 있으므로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약이 필요하다면 창구에서 산큐패스를 보여주면 바로 가능.)






구마모토역에서 출발한 규슈횡단버스입니다. 현재는 아소역에서 5분 간 휴식 중. (화장실 타임)
보시다시피 산큐패스로 이용가능하구요, 구마모토역에서 쿠로가와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아소에서 화장실 갔다가 다시 1시간 30분 여를 달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이 덩그러니 정류장만 있는 이곳.
여기가 바로 규슈횡단버스 쿠로가와 온천 정류장입니다.

구마모토행 버스도, 벳푸행 버스도, 방향은 정반대로 가지만 타는 곳은 오직 이곳 하나뿐입니다.
버스는 죄다 이곳에서 서니까 행여나 맞은편으로 건너가서 기다리지 마세요.

참고로 저는 구쥬 3호를 타고 12시 7분에 구로카와에 도착해 구경한 다음, 16시 45분에 오는 구쥬 4호를 타고
구마모토로 돌아갔답니다. 아마 당일치기 관광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간대가 아닐까 싶네요.
물론 더 보고 싶다면 17시 55분에 오는 구쥬 6호를 타도 됩니다.

단, 구쥬 6호가 구마모토행 마지막 버스라는 걸 명심하세요!! 놓치면 꼼짝없이 쿠로가와에서 자고가야 됩니당.







아무것도 없는 이곳이 과연 쿠로가와 온천이 맞을까? 저도 아무 사전 정보없이 갔다면 당황했을 겁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막으로 조금 걷다보면 구석에 조그만 계단이 있습니다.
이 계단을 내려가면 터널이 보이고, 마치 비밀의 화원처럼 쿠로가와 온천 마을이 펼쳐집니다.






어디에 이런 마을이 숨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도로 위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아기자기한 일본 전통 건물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쿠로가와는 최근들어 각광받기 시작한 전통온천마을로,
유후인과 더불어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규슈 관광지로 꼽히고 있답니다.










-카제노야-



쿠로가와 온천 한가운데 위치한 카제노야는 쿠로가와의 인포메이션 센터라고 보면 됩니다.
이곳에서 쿠로가와 온천여관 지도, 온천 자유이용권 뉴토테가타
(入湯手形. 1인 3회 1,200엔으로 온천이용 가능) 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선 이곳에서 마을 지도를 입수한 후, 천천히 온천순례를 나서면 됩니다.







수레바퀴만한 이것이 뉴토테가타입니다.

...라는 건 농담이구요. 실제 뉴토테가타는 요 그림이 새겨진 손바닥만한 나무판입니다.
쿠로가와의 어떤 온천이라도 세 번 들어갈 수 있으며, 들어갈 때마다 뒷면에 스탬프를 찍어줍니다.

온천 1회 이용 시 500엔 씩인데, 1,200엔으로 3번 이용이 가능하니까 300엔 이득인 셈이죠.











-쿠로가와의 골목-




쿠로가와의 골목은 마치 유후인과 비슷합니다.
오래된 목조건물에 집집마다 이쁜 화단이 장식되 있어 차분하면서도 화사한,
딱 우리가 일본 여행에서 느끼는 일본전통+서양식의 아기자기함이 느껴집니다.







온천이 있는 곳곳에는 삶은 달걀도 팔고 있습니다.
당근 펄펄끓는 온천수+증기로 찐 현지 오리지널 음식이지요.

맛을 비교 하자면 분식집에서 센 불에 잠깐 끓여낸 꼬들꼬들한 라면과
집에서 느긋하게 끓인 퍼진 라면의 차이라고 할까요.

물론 그 정도는 과장이 좀 심하지만 온천하러 왔다면 한번 먹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삶은 달걀이라면 당연히 마실 것도 있어야겠죠.
쿠로가와를 비롯, 운젠이나 벳푸, 유후인 등 온천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파는 것이 사이다 ""라무네""입니다.

옛날에는 라무네라고 하면 무슨 만화 주인공 이름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역사가 오래된 일본 사이다라고 하네요.
일반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은 덜하고, 어린이 음료 같은 달콤한 맛이 납니다.

실제로 어른 중에 사먹는 사람은 저밖에 없더라구요 ;;







볼록 튀어나온 플라스틱 따개를 위에서 쳐주면 구슬이 아래 통으로 빠지면서 사이다가 개봉됩니다.
처음에는 따는 법을 몰라서 뚜껑을 비틀고 있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따 주시더라구요 ㅇㅅㅇ;;

저 구슬은 목으로 너무 많은 양이 들어갈까봐 넣어둔 것이라고 하네요.
저는 그저 탄산맛만 나는 물이 저 구슬을 통하면서 달콤한 맛을 얻게 되는 특수한 비법이 있지 않을까
혼자 상상해 봤지만..... 맛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






굳이 온천을 하지 않더라도,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며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거나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다니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곳이 쿠로가와입니다.

반드시 유명한 관광지를 돌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사람과 한가롭게 거리를 걷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여행의 목적이 꼭 거창해야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어디를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누구와 갔느냐가 중요하다"
여행의 절대불변의 진리입니다. 연인끼리 가면 뭘 하든 즐겁지 않겠습니까만 쿠로가와는 연인끼리
아기자기하게 즐길꺼리가 다른 곳보다 더 많습니다.






구수한 빵냄새가 나길래 한번 들어가본 가게.
갓 구워낸 따끈따끈한 빵. 배고파서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라 하나 사먹었습니다.

쿠로가와에는 의외로 밥집은 드물고, 거리도 군데군데 떨어져 있어서 잘못하면 끼니를 거를 수도 있습니다.
밥집이 보이면 바로 들어가서 사 먹으세요. 다시 돌아오려면 멉니다.....






이것은 ""시라타마고(白玉子)""라고 하는 쿠로가와 특산품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팥죽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저 하얀 경단이 아주 쫄깃쫄깃하고 맛나다고 하네요.
오렌지와 와플이 재료로 들어가는 것에서 서양과의 교류흔적을 볼 수 있네요.

일본은 에도시대부터 네덜란드와 교역을 했기 때문에 일본전통음식에도 서양의 흔적이 묻어 있답니다.
이런 점이 우리와는 좀 다른 면이죠.






골목골목의 이정표에는 각 온천료칸으로 가는 길이 표시되 있습니다.
물론 표지판만 죽 따라가면 료칸이 나오지만 문제는 거리가 꽤 멀다는 거.
안내지도는 카툰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 거리와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뭐 이정도면 가깝네. 한 번 가볼까"
하면서 랄랄라~ 걷다 보면, 20분이 지나도 안 나오는 료칸이 꽤 있습니다.
각 료칸에서는 승합차를 운행하니까 중심지에서 먼 료칸은 승합차를 이용하기 바랍니다.

맨 위에 보이는 쿠로가와소는 실제로는 이정표가 있는 이곳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아마 너무 멀면 기가 질려서 안 올지도 모르니까 일부러 거리를 표시 안해둔 것이겠죠...)







실제로 마을 중심부에서 호잔테이(帆山亭) 료칸까지 가는 도중 20분을 걷다가 이 승합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호잔테이까지 간다니까 거기까지는 아직 15분 더 걸어가야 된다면서 태워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이 차는 호잔테이 못 미쳐서 있는 야마미즈키 료칸 소속 승합차인데, 이 주위를 30분 간격으로 돌고 있었습니다.







꼭 야마미즈키에 투숙하는 손님이 아니더라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안내도에 나와있듯이 쿠로가와 외곽도로를 30분 간격으로 순환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걷지 말고, 카제노야에서 정보를 얻고 시간분배를 잘 해서 웬만하면 타고 다니세요.











-쿠로가와의 온천료칸은 과연 어떨까?-



이코이 료칸의 현관







쿠로가와에는 근 30여 개가 넘는 료칸이 있습니다.
이중 중심부에 15개 정도의 료칸이 밀집되 있고 나머지는 외곽으로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이중 산가료칸, 호잔테이, 유메린도가 중심부에서 좀 멀리 있는데, 숙박 예약을 하고 갔다면
정류소까지 마중을 나오므로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백효과가 뛰어나다는 이코이 료칸의 미인탕






각각의 온천료칸은 각각



피부미백에 좋은 온천,

노천온천,

경치가 좋은 온천,

유황온천,

약사온천,



등으로 특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느 곳은 꼭 가봐야하고
어느 곳은 좀 더 좋고하는 구분이 없습니다.

그러니 온천순례를 즐기려면 멀리 있는 곳보다는 같은 골목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코이 료칸에 부속된 무료 족탕







쿠로가와에 왔다면 반드시 한 번쯤은 온천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시간이 촉박하고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족욕을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료칸에 부속된 무료 족탕이 군데군데 있기 때문에 온천 간접 체험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수건은 따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수건 챙겨가는 것을 잊지 마세요.
(료칸에서 사면 무려 200엔!!)









각각의 료칸마다 부속된 노천온천









동남아시아에 있는 특급호텔에는 예외없이 수영장이 딸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나이든 서양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비싼 돈 주고 와서 하나라도 더 볼 생각은 안하고
호텔에 틀어박혀 있는 그들이 의아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서양사람들은 여행을 휴양의 개념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3박 4일 동안
호텔에서 먹고 마시며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쿠로가와도 바로 그런 곳입니다.
가운 하나만 입고 마을을 거닐며 마음에 드는 온천이 있으면
몸을 한번 담궜다가 맥주 한잔 즐기며 쉬는 곳.
일본에서 느긋한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쿠로가와입니다.











호잔테이의 노천온천








규슈를 가면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이지 규슈의 관광자원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까지 규슈하면 후쿠오카, 하우스텐보스, 구마모토 등 주요 대도시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근 몇 년간 산큐패스 등 교통패스의 발매, 각 현의 관광 특구 유치 등으로 인해 유후인, 쿠로가와, 야나가와 등
이른바 ""숨은 명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 쿠로가와는 일본 현지 여성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관광지 1위로 꼽힐만큼
현지인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같은 외국인에게도 그 명성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쿠로가와 온천은 구마모토에서 출발하면 2시간 반, 벳푸에서 출발하면 2시간 10분 정도가 걸리는
규슈 한가운데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당일 관광이라면 거의 반나절을 버스에서 보내야 합니다.

때문에 갈까말까 망설여질 수도 있지만, 시끌벅적한 도심이 싫고, 한적한 곳에서 연인과 함께
유유자적한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이라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쿠로가와를 즐기려면, 약간 비싸더라도 온천료칸에서 하루 머물기를 바랍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밤을 보내는 것이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기억에 남을 수 있습니다.
한적한 이곳에서 부디 많은 추억을 만들기 바랍니다.







Posted by 토모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레시온 2008.09.22 23: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저 사이다 어떻게 개봉해요? 저희 누나도 일본가서 가져왔는데, 개봉법을 몰라서.ㅜ

  2. Favicon of http://tomomo.tistory.com BlogIcon 토모군 2008.09.22 2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개 부분을 꾹 누르면 구슬이 아래로 튀어나오고 뚜껑은 열립니당. 모르면 주인 아주머니가 가르쳐 줍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