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치호는 행정구역상 미야자키현에 속해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미야자키현에서 꽤나 북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미야자키보다는 아소에서 가는 편이 더 빠르다는 점입니다. 일단 저희는 미야자키현 취재차 방문했기 때문에 미야자키 공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탔습니다. 미야자키에서 타건, 아소에서 타건, 벳부에서 타건 JR을 타면 일단은 이 노베오카(延岡)역에 도착합니다. 원래는 노베오카역에서 다카치호로 가는 협곡 열차가 있었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하네요. 현재로서 다카치호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버스 밖에 없습니다. 노베오카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살짝만 돌면 교통센터 건물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골짜기이다 상당히 한적한 편이죠. 미야자키에서 엄청 북쪽에 있는 이곳 노베오카지만, 버스를 보니 확실히 미야자키현에 속한 것은 맞습니다. 일행이 두 명일 경우는 사진에 보이는 4장 짜리 왕복 승차권을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2장 짜리 왕복 승차권의 경우 2900엔, 4장 짜리 2인용 왕복 승차권의 경우 5500엔으로 할인폭이 더 커집니다. 다카치호를 구경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어차피 노베오카역으로 돌아와야 하므로 맘 푸근하게 왕복권으로 끊어두세요. 꼬불꼬불한 계곡을 따라 장장 1시간 20분이 지나 종점인 다카치호 버스센터에 도착했습니다. 마중 나온 다카치호 관광연맹분의 차를 타고 5분 정도 달려가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협곡사이로 떨어지는 폭포, 그리고 토토로가 살고 있을 것 같은 울창한 삼림. 사진으로만 봐오던 다카치호 협곡을 실제로 눈앞에 보게되니 그 감동이란 꺄아~~ >ㅂ<) b '계곡 구경부터 할래. 보트 먼저 타볼래?' 라고 묻는 관광연맹 관계자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일단 보트부터 타 봐야지요. 이때부터 꽤나 마음이 다급해 집니다. 보트는 3인용으로 30분 당 1,500엔의 요금을 받습니다. 그치만 대부분 커플끼리 타고 3명이서 같이 타는 사람은 남자 밖에 못봤습니다. (저 남자팀은 후에 무시무시한 저주를 받습니다) 구명조끼는 없고 대신에 부표와 연결된 고리를 손목에 채워줍니다. '이걸로 괜찮을까...;;;' 살포시 걱정도 되지만 여지껏 물에 빠진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하네요. 협곡으로 들어서면 슬슬 그림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4년 전 우에노 공원에서 탔던 오리배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거진 수풀이 가려주는 자연스러운 그늘, 깎아지른 협곡이 가져다 주는 웅장함, 시원한 폭포소리 등등.... 커플에게 최적의 요소를 선물해주는 다카치호 협곡이었으나 키스하는 커플은 못 찾았습니당. 이번 출장을 함께한 홍보팀 박혜경누님(31)입니다. 노를 너무 못 젓는다고 구박하던 누님이지만 사진찍는 순간만은 알흠다우시군요. 11월 혼사를 앞둔 그녀는 이번 여행에서 완전 시커먼스가 되서 돌아와 이달 말로 예정되 있던 웨딩 촬영이 위태위태하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아까의 그 남자팀은 바야흐로 폭포와 맞닥뜨리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니콘 이미징 코리아 달력사진으로 손색이 없는 경치를 제공하는 다카치호 협곡. 그 으리으리한 풍경은 수십장의 사진으로 남겼으나 지루하실까봐 요 정도에서 마칩니다. 그토록 해보고 싶던 보트놀이를 마치고, 본격적인 다카치호 관광에 나섭니다. 다카치호는 정말이지 어딜가나 초록색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 같습니다. 이곳은 약 1,800전에 창건되었다는 다카치호 신사로, 국가중요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싼 삼나무는 수령이 800년이나 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나무들로 인해 다카치호는 한 여름에도 꽤 서늘한 편입니다. 공기도 상당히 좋은 편이라 완전 삼림욕하는 느낌도 납니다. 이곳은 일본 건국신화에 나오는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를 모신 신사로, 아마노이와토(天岩戶) 신사라고 합니다. 미야자키현은 일본 건국 신화의 발생지로, 특히 이곳 다카치호에는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숨어있었다는 동굴이 남아 있습니다. 이 신사는 신이 숨었다는 동굴 아마노이와토(天岩戶)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하네요. 아마노이와토 신사 앞에는 힘의 신 다지카라 오노미코토(手力雄命)의 상이 있습니다. 신화에 따르면 동생 스사노오의 악행에 질려 아마테라스가 동굴에 숨어버렸는데, 그로 인해 지상은 빛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아마테라스가 태양신이니까) 곤란하게 된 신들은 고민 끝에 아메노우즈메 노미코토(天鈿女命)에게 동굴 앞에서 홀딱 벗고 춤을 추라고 했고, 신들이 그것을 보고 왁자지껄하게 웃자 아마테라스는 호기심을 고개를 삐죽이 내밀어 바깥을 보게 되는데, 그때를 놓칠세라 힘의 신 다지카라 오노미코토가 바위틈으로 손을 뻗어 돌문을 열었고 이로 인해 세상은 다시 빛을 찾았다고 합니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자료실 다지카라 오노미코토(아따 이름도 힘들다...)의 붉고 코가 큰 얼굴은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남방세력의 유입을 뜻한다는 학설도 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에 서식하는 긴코 원숭이가 얼굴의 모델이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죠. 즉 아마테라스가 토착세력을 의미하고 여기에 다지카라로 대변되는 남방세력이 바위를 열어(개화시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뭐 이런 이야기지요. 신화라는 것은 상징과 비유가 뒤섞인 것이기에 해석은 각자의 몫입니다. 아마노이와토 신사를 뒤로 하고 아마테라스가 숨었었다는 동굴을 향해 갑니다. 다카치호는 걸어가면 좀 멀고, 차 타면 좀 아까운 어정쩡한 거리에 관광지가 떨어져 있습니다. 때문에 반나절 관광은 무리고 이왕 왔으면 숙박까지 해서 하루를 바치는 게 좋습니다.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숨어지냈다는 동굴. 아마노 야스카와라(天安河原)이라고 합니다. 꽤 그럴듯하지요? 예전 신들은 거인이었는지 동굴 크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신이 숨어있던 곳이라 해서 영험한 기운이 있는지, 이곳에는 소원을 비는 돌무더기가 많이 있습니다. 돌을 쌓는다=탑을 쌓는다=바벨탑을 쌓는다? 하늘과 닿으려는 소망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차이가 없나봅니다. 우리나라에도 산골짜기에 있는 절이나 사당 앞에서 많이 볼수 있지요. 매일 밤 8시가 되면 다카치호 신사에서는 관광 요카구라(夜神樂) 공연을 합니다. 카구라는 우리네 탈춤과 비슷한 것인데, 원래 올해의 수확에 대한 감사와 내년에 대한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으로 농한기인 11월부터 2월에 걸쳐 진행됩니다. 다만 다카치호에서는 관광객을 위해 요카구라라는 무대로 만들어 매일밤 8시부터 1시간씩 공연합니다. 8시가 가까워오자 사람들이 꽤 몰려듭니다. 이곳의 카구라 공연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네요. 일본인들도 자기네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다지카라 오노미코토가 아마테라스가 숨어있던 동굴의 바위를 뜯어내는 장면입니다. (널빤지로 대신했지만...) 저는 당시에는 신화에 대한 내용을 잘 몰라서 좀 지루했는데 지켜보던 일본인들은 꽤 열광하더라구요. 다카치호의 카구라는 민속학자들에게는 대단한 연구거리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단군 신화는 하나의 '신화' 일 뿐이지만, 일본은 신화로부터 천황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믿기에 하나의 '역사' 로 받아들이지요. 일본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아직 '신화의 나라' 입니다. 다카치호는 아직 우리에게는 미개척지로, 일본 국내인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다만 조금만 비중있게 다뤄지고 관심을 가진다면 그리고 상품으로 발굴을 한다면 규슈의 마지막 히트상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규슈 패키지 여행이 아소를 거점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볼때, 비록 미야자키현에 속해 있지만 거리는 아소와 더 가깝다는 점. 아소에서 버스로 약 2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 아소팜랜드에서 숙박을 한다면 어쩌면 당일치기 관광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점. 희망이 많은 곳입니다. 다카치호를 메인으로하는 패키지 여행,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른 여행사가 손대기 전에 여박이 먼저 뚫읍시다. ps. 처음에 다카치호가 토토로의 배경이 된 장소인척 얘기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카치호를 홍보할 때 '토토로의 배경이 되었던 곳' 이라고 홍보하면 참 잘 팔릴 것 같은 생각에 그렇게 썼을 뿐입니다. 여담으로, 이웃집 토토로의 포스터에 나오던 정류장은 구마모토에 있는 정류장을 모델로 했다고 하네요. 실제로 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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