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을 처음 갔을 때, 공항을 나서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도로변을 휘젖고 다니는 다양한 종류의 소형차였다. 우리나라도 현대 기아, 르노 삼성, GM 대우, 그리고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차까지 자동차 제조 회사가 꽤 많지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욱 많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메이저 업체는 물론 소형차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다이하츠, 스즈키, 스바루, 마쯔다 등 다양한 메이커가 존재한다. 특히 일본에서 TV를 보다보면 소형차 광고가 유독 많은데, 주로 중형차나 대형차 광고가 많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만하다. 특히 다이하츠나 스즈키, 스바루 등은 일본 내수시장을 타겟으로 한 다채로운 소형차를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지금은 도요타나 혼다 같은 메이저 업체에 흡수되었지만 자사의 로고를 유지한채 열심히 소형차를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일본 소형차 중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닛산 마치 March. 폭스바겐 뉴비틀을 살짝 닮은 풍뎅이 같은 모습이 너무 귀엽다. 원색을 위주로 한 예쁜 컬러가 많아 고르는 재미도 그만이다. 큐브와 함께 닛산을 대표하는 국민 소형차.
이쪽은 소형차 부문에서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혼다의 피트 Fit. 그간 도요타의 코롤라가 소형차 부문 판매량 1위를 도맡아 왔지만 피트의 등장 이후 1위 자리를 내주었다고 한다. 튀지 않는 디자인에 넉넉한 수납공간으로 해외 수출도 활발하다. 사진은 태국에서 찍은 피트.
가장 일본스러운 소형차라는 생각이 드는 다이하츠의 구형 미라지노 MIRAGINO. 마치 구형 미니쿠퍼를 보는 듯한 앙증맞은 모습이다. 클래식한 디자인이 60년대 차 같지만, 무려 2002년에 출시된 모델이다. 우리나라도 저런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차가 좀 나와줬으면 싶다. 그치만 내부는 좀 좁을 것 같다 ㅋ.
이쪽은 신형 미라지노다. 구형 미라지노가 구형 미니쿠퍼와 비슷하다면 이쪽은 신형 미니쿠퍼와 닮았다. 크롬 도금한 반질반질한 그릴이 특징으로 환율이 800원 대일 때, 70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던 차였다. 지금은 1500만원 정도 ㅠ.ㅠ ... (참고로 일본 자동차는 1000cc 이상이면 흰색 번호판, 660cc 이하면 노란색 번호판이 붙는다고 한다. 블로거 붉은매님이 보충해주신 내용)
티코와 닮은 초기 미라 모델. 이 모델은 베이스로 해서 위에 있는 미라지노 시리즈로 발전했으리라 생각된다. 딱 봐도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관리를 잘 한 듯 깨끗한 편이다.
일본은 일단 도로가 좁다. 우리나라처럼 4차선에서 8차선까지 뻗은 도로가 거의 없고 번화가라고 해도 거의가 2차선이다. 또한 일본은 집앞 보도나 거리에 주차를 할 수 없다. 차를 소유한다면 무조건 자택 차고에 넣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다면 소형차가 관리하기에 좋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소형차에 부여하는 세금 혜택이 많은 것도 한 몫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일본 소비자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소비에 있어 남의 눈치나 이목을 인식하기 보다는 철저하게 합리적인 생각으로 용도에 맞는 차를 구입한다. 그러다보니 경제적이고 실속있는 소형차 위주의 구매가 이루어지고, 작지만 실내공간이나 여유공간이 많은 다양한 소형차가 개발된 것이다.
==>이 글에 대한 현지 체류자 네로님의 의견
일본 군마 지역에서 월급 생활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음, 소형차 소개는 좋지만 소형차 만연의 원인에 대해선 헛다리를 짚으셨네요. 일본의 경우, 택시가 너무 비쌉니다. 기본요금 만원 이상에 거리는 조금 길다지만 아주 조금 더가는데 100원 올라갈때, 1500원씩올라갑니다. 한국에 비해 택시비가 10배는 넘어가는 셈이지요. 그래서 감히 서민은 택시를 사용하기 힘듭니다. 동경 같은 곳에서는 회사돈으로 택시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지요. 교통비가 너무 비싸서, 회사에서 처리해 주지 않으면 돌아가질 않는게 일본 사회입니다.
그래서 일본은 4인 가족의 경우, 기본으로 왜곤 타입 한대, 경차 한대 두대를 굴립니다. 택시를 못이용하기 때문에 적재 공간이 넓은 왜곤을 세단보다 선호합니다. 일본에서 팔린 혼다 어코드는 거의 다 왜곤 타입이고, 어코드 세단은 거의 안팔렸지요. 그래서 한국에서 어코드 세단이 더 많이 팔렸다는 조금은 황당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은 25%가 차를 보유하고 있는데, 일본은 40%가 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경차는 약 1/3정도, 그렇게 본다면 일본에선 27%가 왜곤이나 세단을 보유하고 13%가 경차를 샀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경차를 사느니, 택시를 타는게 더 경제적이지요. 일본 중고차 사이트 뒤져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일본에서 보통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1년에 3000-5000키로를 탑니다. 한국에선 보통 기본이 1만에서 1만5천이지요. 1년에 3000키로 타느니 택시 탑니다. 한국 사람들이 허영심이 많아서 경차를 안타는게 아니라, 일본에선 택시 이용이 어려워서 경차를 타는 겁니다. 일본 사람들도 안전한거 좋아해서, 경차 산다고 하면 뜯어 말린답니다....^^;
최초의 상용 하이브리드카라는 도요타 프리우스 Prius도 소형차 반열에 오른다. 높은 연비, 나름대로 날렵해 보이는 디자인 등 도요타의 차세대 자동차 산업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멋진 차다. 개량을 거듭해 최근 3세대 모델까지 선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여행 때 본 소형차 중 가장 예쁘고 특이한 디자인이었던 도요타 윌 사이파 WILL CYPHA. 컨셉카로 선보인 WILL 시리즈의 세번째 모델로 2003년 단종되었다고 한다. 나름대로 상상하던 21세기형 디자인에 꼭 들어맞는 차였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것일까? 참고로 이 차는 사진을 찍어놓고 이름과 제조사를 몰라 네X버 지식인에 올려 겨우겨우 알아낸 차다.
이쪽은 벤츠의 스마트 Smart와 닮은 스바루의 소형차. 벤츠 스마트가 처음 선보였을 때 정말 혁신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왠걸 일본에 가보니 그런 디자인을 한 차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마쯔다의 소형차도 있다. 마쯔다는 이니셜 D라는 만화에 나온 스포츠카 제조회사로 유명하다. 마쯔다는 모든 모델에 걸쳐 패밀리룩을 형성하는데 그 특징이 되는 것이 뒤쪽 방향지시등(정확한 용어를 모르겠다)의 모양이다. 현대 산타페 신형과 닮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사회초년생이 첫차를 장만할 때 구매 리스트에 올릴만한 모델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우리나라는 자동차 선택의 폭이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은 저렴한 가격에 앙증맞은 디자인을 무기로한 소형차가 너무나 다채로워 사회초년생은 물론 여성에게 있어서도 '고르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태반이 아반X, SMX, 그랜X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너무나 다양한 소형차가 있어 거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근 GM을 비롯한 미국의 빅3가 몰락의 길을 걷는 이유도 소형차 라인업이 부실해 일본 업체에 밀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기침체와 함께 자동차 산업도 위축되고 있는 이때, 다양한 소형차를 만들어 판매를 늘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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