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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월급 많은 회사보다 구내식당있는 회사가 좋아


예전 첫 직장을 다닐 때 아버지가 했던 말씀이 기억난다. 무슨 회사가 밥도 안주냐? 내 첫 직장은 사무직이었던 만큼 사내식당이 없었고 당연히 밥은 내 돈 주고 사먹어야 한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었다.

 

아버지는 당시에는 꽤 규모있던 섬유회사에 근무하셨고, 사무직보다는 생산직에 가까웠기 때문에 사내식당을 갖추고 직원들에게 밥을 주는 것을 상식으로 생각하셨다. 사실 나도 취업하기 전까지는 당연히 회사에서 밥을 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연거푸 사무직종에서 일하는 나는 점심을 주는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니, 대부분의 사무직이 그럴 것이다.

 

대신 회사에서는 월급에 매달 10만원 씩 식대라는 항목을 붙여 지급해 준다. 하지만 대부분이 연봉제인 요즘, 그 돈이 밥 사먹으라고 주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연봉제는 4대 보험을 포함해 이런저런 잡다한 항목을 모두 포함시킨 것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월급의 일부이지 밥값이 아니다.



                우리가 보통 즐겨 먹는 5,000원 짜리 김치찌개.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밥을 사먹다 보니 한 달에 식대로 지출되는 금액이 만만치 않았다. 기본 한 끼 밥값이 5,000원이고 동료들과 한번씩 맛집 탐방이라도 나서는 날은 여지없이 만원씩 깨진다. 대충 계산해보니 한 달에 15만원 정도가 밥값으로 나가는 것 같다. 꽤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도시락을 싸다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도시락을 싸오는 사람이 없다 보니 혼자 도시락 싸오기도 뭐했다.

 

이래도 한끼, 저래도 한끼 아닌가. 구태여 비싼 밥 먹고 싶은 욕심도 없다. 하지만 매끼마다 내 돈 들여 밥을 사먹다 보니 돈 아깝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식사를 제공하는 회사에 다니는 것과 그렇지 않은 회사에 다니는 것은 차이가 크다. 프로그래머인 내 친구는 회사에서 점심을 제공해 준다. 회사와 계약을 맺은 건물구내 식당에 쿠폰을 내고 먹으면 된다고 한다. 친구와 나의 월급은 비슷하다. 하지만 똑 같은 월급을 받더라도, 회사에서 밥을 주면 그만큼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그것을 돈으로 환산해 월급에 더해보면 친구와 나는 근 20만원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잘 먹고 싶은 욕심없다. 그냥 이정도만 되면 좋겠다.
사진은 행복한 몸치(
http://blog.daum.net/momchi/5574677)님 블로그에서 퍼온 사진으로 한 달에 45,000원짜리 구내식당밥이라고. 한끼당 1,500~2,000원 정도인 셈.
 


요즘 대기업들은 직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아침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한다
. 한국인에게 있어
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흔히 한솥밥을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인의 유대는 밥으로 시작된다. 가장 큰 유대로 맺어져야 할 회사에서 이 한솥밥을 먹여줄 순 없을까?

 

그러던 차에 구글 코리아의 사내 식당에 관련된 기사를 보니 부러움이 밀려온다. 매끼 뷔페식이라는 호화식단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학교 구내식당에서 먹던 정식 정도의 식사만 제공해줘도 좋을 텐데. 예전에는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먹여주던 밥이 이제는 대기업이 아니면 먹여줄 수 없는 커다란 복지혜택이 되어 버린 것 같다.그리고 그 밥값이 안 그래도 얇은 내 지갑을 더욱 얇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 아버지 시대에는 기본 제공이었던 식사가 왜 요즘은 더 이상 기본이 아니게 된 걸까?